탄소감축 자립 이뤄내지 못하면 변화 어려워 … 코로나19 위기 벗어날 준비에 박차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전환 문제는 문재인 행정부 시작부터 진행 된 문제였지만 기존 원전 사업에 대한 속도조절 실패로 국민들에게 에너지전환이슈가 편견이 됐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급속도로 세계 신재생에너지 이슈가 자리 잡으면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 산업으로 분류되던 화학업계가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에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특히 사업구조 개편 등은 선택이 아닌 당장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전반적인 대응에 빠른 대처가 선행되지 않으면 고사된다는 충고까지 나와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 에너지자립도 낮은 중국 지난겨울 혹독해 … 탄소배출 낮은 원전 발전단가 높아 퇴출수순
미국과 글로벌 무역 분쟁 시비가 있는 중국은 지난해 호주산 석탄수입 금지 조치로 올 겨울 전력난을 경험했다. 특히 미국 우방국들을 상대로 대립관계 격화가 단기간 내 끝나지 않게 된 만큼 중국은 글로벌 패권 분쟁에서 승리하려면 에너지 독립을 꼽았고 수단은 신재생에너지다.
문제는 미국도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진데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플랫폼 일자리가 폭증하면서 고용의 질이 하락했다.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유럽에선 안보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번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모든 동맹 간의 협약을 파기하고 기후협약조차 탈퇴하자 유럽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로 여기게 됐다. 에너지 정책을 공조하던 상황에서 미국의 변수는 안보위기가 오는 구조가 됐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까지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주요 산업으로 꼽는 배경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가 됐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4년 전인 문재인 행정부 수립이후부터 예상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환 시대 수혜를 받을 준비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다만 에너지패러다임을 바꾸려면 두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탄소 감축과 에너지 자립을 이뤄낼 수 있는 신규 산업 육성이다. 핵심은 신재생에너지가 생각보다 단가가 높고 탄소 배출량이 원전보다 16g더 많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초반 탈 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의 반대에 부딪쳐야 했고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돼버렸다 결국 탈원전은 오는 2079년까지 점진적 폐쇄로 가닥을 잡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편견은 번번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목할 사항은 원전이 4년 전만해도 신재생에너지보다 발전원가가 쌌지만 지금은 신재생에너지가 더 저렴하다는 사실이다. 실제 2020년 기준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보수, 해체 등 전 비용을 반영한 LCOE(균등화발전비용)는 미국 원전 1MWh 당 71달러인 반면 유틸리티 PV는 44달러 육상풍력은 39달러 내외다. 인도, 유럽도 풍력, 태양광 LCOE가 원전보다 더 낮다.
2020년 하반기 기준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에서는 석탄이 여전히 가장 저렴하지만 그 외 대부분 지역에서는 풍력과 태양광이 석탄 경제성을 추월했다. 단순히 경제성 측면만으로 봐도 신재생에너지가 이제 원전보다 저렴해졌다.
미국 등 원전발전을 고수하는 국가마저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움직임에 이견이 없는 것만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시장의 방향성은 태양광, 풍력 쪽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전력과 운송수단 저탄소화 강조하는 석유화학업계 … 코로나19 충격 벗어나 비상 준비해
이 같은 변화에 화학업계에 강조되는 사항은 어떻게 하면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할 수 있는지를 요구하고 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친환경 이슈에 민감한 세계적인 투자기업들이 저탄소를 진행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크게 ▲전력의 저탄소화 ▲운송수단의 저탄소화로 요약된다.
전력의 저탄소화 전략을 가장 잘 실행하고 있는 업체는 한화솔루션으로, 태양광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로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잡은데 이어, 최근엔 전력발전 및 수소까지 종횡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운송수단 저탄소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EV전지에서는 LG 화학(LG 에너지솔루션)이 독보적이다. EV전지 시장은 향후 소수 탑티어 업체들 중심으로 과점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 돼 LG화학의 추가적인 파이 확보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석유화학업계는 코로나19로 대규모 충격이 발생했던 석유제품 수요는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이동 증가 및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점차 정상화 국면에 진입 중이다. 반면 공급은 탄소배출 감축 요구 강화로 노후 됐거나 고도화율이 낮은 설비들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1~2년에 걸쳐 정제설비들의 추가 폐쇄 또는 중단 출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최근 수요회복과 공급 조정 만남으로 정제마진은 상반기 저점으로 오는 2022년까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