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후 8차례 연속 동결

[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한국은행이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일각에서 긴축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7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3월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내렸고 같은해 5월 다시 0.25%포인트를 낮춰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린 바 있다. 이후 한은이 지난해 7월·8월·10월·11월, 올해 1월·2월·4월에 이어 이번까지 8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이 당시 기준금리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타격이 예상되자 한은은 역대 최저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내렸지만 1년 넘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가계부채 폭증 등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2.2%로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조6000억원(9.5%)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지금 시점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투자는 기대 이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민간소비 등은 아직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1년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511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1% 급증했다. 2011년 1월(41.1%)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21억3000만달러)도 29.4%나 늘었다.
4월 취업자 수는 2721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만2000명 늘어 2014년 8월(67만명)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30대와 40대는 각각 9만8000명, 1만2000명 줄었다. 반면 50대와 60세 이상은 각각 11만3000명, 46만9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고용부진이 청장년 계층에 집중됐는데 고령층에 집중된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이 고용지표를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급등하는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상황에 갑작스런 금리 인상은 차주들의 부담으로 작용해 오히려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지난달 15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경제 회복 흐름이 강해지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위험 차원에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코로나 전개 상황, 백신 접종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아직 크고 경기 회복세가 안착됐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기조(통화완화정책) 전환을 고려하기에 이르다"고 답한 바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미국과의 금리차도 0.25∼0.5%포인트로 유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25%로 1%포인트 낮춘 후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의 예상하고도 부합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100명 중 98명이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