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증권업계에 수수료 인하 바람이 불면서 ‘제 살 깍아먹기’ 출혈 경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저 온라인 주식 거래 수수료가 0.01%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 범위가 상장지수펀드(ETF), 해외선물거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수익 가운데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각종 수수료 인하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급격한 수익성 감소와 이에 따른 부실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NH농협증권은 10월 5일부터 에셋통장(지역농협: 채움에셋통장) 주식 매매 수수료율을 0.013%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웹트레이딩시스템(WTS) 뿐만 아니라 NH농협증권의 스마트폰 자체 어플인 ‘채움S’를 통한 주식 매매까지 0.013%로 인하해 고객들은 업계 최저수준의 수수료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간 스마트폰 주식매매 애플리케이션인 티엑스 스마트(tx Smart) 주식매매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한 무료 이벤트 종료 후 내년 1월부터 tx Smart의 주식매매수수료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동일한 0.0142%로 전격 인하한다고 덧붙였다. tx Smart는 주식 및 펀드ㆍELS(주가연계증권) 등의 금융상품과 선물옵션 매매도 가능하며, 시세포착주문, 관심 종목 알람 등 PC용 HTS와 유사한 시세정보와 매매 기능을 갖추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21일부터 해외선물 거래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관련 수수료를 할인해 주고 있다. 서울 목동에 설치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전산 허브에 직접 주문 시스템을 연결해 해외 선물 투자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말까지 해외 선물 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계약당 2.5달러의 수수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진투자증권은 CB, BW 등 주식 관련 채권 매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지난달 19일부터 CB, BW 등 주식 관련 채권 매매수수료를 채권 만기와 관계없이 업계 최저인 0.05%로 일괄 인하했다.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가운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ETF 시장에도 수수료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코스피200과 관련한 ETF들은 대부분 보수율이 0.3% 이상, 레버리지ETF와 인버스ETF는 0.7% 수준이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18일 자사 ETF 총보수를 최대 57%까지 낮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는 ‘KINDEX 200’, ‘KINDEX 인버스’ ‘KINDEX 삼성그룹’ 등 7개 펀드 총 보수를 0.3%~0.4% 수준에서 0.15%로 내리고 KINDEX레버리지 보수는 0.7%에서 0.3%로 낮췄다.
현대증권은 지난 2월부터 6개월동안 실시한 ETF온라인 매매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혜택 대상은 레버리지, 인버스를 포함한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ETF다. 홈페이지, HTS, 스마트폰, ARS 등 온라인매체를 통해 ETF를 매매하는 고객들은, 오는 12월 말까지 매매제비용을 제외한 온라인 매매수수료가 면제된다. 최
근 금리인하, 동결로 자산관리의 최대히트상품으로 떠오른 물가연동국고채는 무료수수료 바람이 거세다.
대신증권 물가연동국채 입찰대행서비스를 통하면 별도의 수수료가 없다. 이같은 무료 수수료 정책에 힘입어 지난 8월 물가연동국채 입찰청약에서 전체 일반투자자물량 800억 가운데 366억원을 배정받아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8월 26일 물가연동국채 입찰대행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히며 수수료 면제에 합류했다. 매월 셋째주 월요일부터 참여할 수 있으며 연말까지 물가연동국채 특판을 병행해 고객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채권을 판매한다. 개인고객이 매도를 원할 경우 언제든 해당 채권을 재매수해주는 중도 환매수 서비스를 제공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 침체 장기화, 유로존 리스크 등으로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감소,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부실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사선 기자 bankworld@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