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 주재원과 연락 두절 등 軍 통신 차단에 상황파악 어려워
신한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 등 모든 현지 금융사는 휴점령
![]지난 2018년 7월11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참모총장이 네피도의 미얀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1세기 팡롱 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얀마 에서 1일 군부 쿠데타가 발발해 최고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군부에 체포되고 전화와 인터넷이 끊겼다 (사진=뉴시스)](/news/photo/202102/96903_67339_597.jpg)
[금융경제신문=권경희ㆍ장인성ㆍ정성화 기자] 1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정국이 악화되면 국내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등 미얀마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은 현지 직원과 주재원들의 안전 확보를 우선으로 사업 차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기업이 미얀마에 설립한 법인 및 지사는 107곳에 달한다. 이 기간에 국내 기업의 투자 규모는 6억6800만달러(약 7500억원)에 이른다. 대우전자가 1990년 미얀마에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 투자가 본격화됐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대부분은 의료·봉제 분야 업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성통상, 오팔, 미얀스타 등 83곳의 국내 의류·봉제업체가 미얀마에 진출했다. 코트라(KOTRA)는 현지인 명의로 활동 중인 소규모 개인무역업체까지 합치면 현지 국내 기업은 수백 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에 대한 외국의 투자도 경제 개방 이후 석유, 가스, 제조업, 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미얀마에 6번째로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한국은 총 184건의 사업에 40억5700만 달러(약 4조5296억원) 규모를 현지에 투자했다. 한국ㆍ미얀마 경제협력산업단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처음으로 해외에서 추진하는 산업단지 사업으로, 미얀마 건설부와 LH가 40%씩을 출자하고 의류 제조ㆍ판매업체인 글로벌세아가 나머지 20%를 출자했다. LH가 향후 산업단지 조성과 공급을 맡는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에 맞춰 기공식을 개최한 산단은 양곤 북부 지역인 흘레구에 여의도(290만㎡) 크기에 육박하는 224만9000㎡ 규모로 조성된다. 135개 중소ㆍ중견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미얀마에 직접 진출해 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기업도 다수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에 일찌감치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에 각각 2013년과 2014년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이 밖에도 효성, 한세실업, 세아, 태평양물산, 국민은행 등이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한국과의 무역도 증가세다.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대 미얀마 수출은 전년보다 7.4% 증가한 3억9999만 달러(약 4465억원)로 집계됐다. 주요 수출품은 수송 기계, 직물, 산업기계, 철강 등이다.
기업들은 현지 지사와의 비상 연락을 통해 주재원의 신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진행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측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만 70여 명의 주재원이 체류 중인 가운데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현재까지 생산이나 기업 활동을 위협하는 일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조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가스전에서 생산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면서 “사업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해외 자원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미얀마 가스전은 1단계 개발을 통해 지난 201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해 일일 약 5억 입방피트(ft³)의 가스를 중국과 미얀마에 공급하고 있다. 연간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포스코그룹 가스 사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쿠데타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회사 전체 연간 영업이익의 70%에 달하는 손해를 보게 된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가스전 추가 개발을 위해 현대중공업에 5000억원에 달하는 설비를 발주했다. 이 설비들은 한국에서 제조를 마치고 현지로 보내지게 된다. 만약 군부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인도 시점을 재협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얀마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한세실업은 이날 한때 주재원들과 연락이 두절돼 어려움을 겪었다. 한세실업은 양곤과 에야와디 두 군데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한국인 직원 1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한세실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특이사항이 없다”면서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수도 네피도 지역은 사재기와 은행 인출(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현지에 진출한 금융사들도 현지 직원과 핫라인을 유지한 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내부의 정치 문제와 금융·경제 문제는 별도로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은행 14개, 카드 및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 9개, 보험 1개사 등이 진출해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들은 현지 법인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현지 정국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양곤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이날 고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휴업을 실시했다. 미얀마 주재원과는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상태다. 양곤지점의 주재원은 3명, 현지직원은 35명 가량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지 사정으로 은행 업무가 불가함을 공지했고, 미얀마 주재원과 카톡 등 가능한 소통 수단을 총 동원해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지상황 파악에 나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지 법인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으며 미얀마 대사관의 조치사항을 예의주시하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확인 결과 아직까지 큰 이상 징후는 없다"면서도 "현지와 계속 소통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책은행들도 현재 임시휴업과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대응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IBK미얀마은행은 이날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또 한국인 직원6명 등도 모두 자택에 머물 것을 권고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지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해 직원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며 "기업은행은 계속해서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본점 직원 3명을 포함해 총 16명을 모두 재택근무로 돌리고 예의주시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사관 지침에 따라 현재 휴점한 상태로 직원들은 모두 재택 근무 중"이라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 최초 올 하반기부터 보험판매를 앞두고 양곤사무소에 소장 한 명을 파견해 놓은 교보생명도 현재 사택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사태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현지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얀마에는 이미 많은 국내 금융사들이 진출해 있고,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관련해 금융사 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아직까지 국내 금융사들의 피해상황과 관련해 특별하게 파악된 것은 없으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의주시하고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권경희 기자 editor@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