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신문=전진홍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게임 플랫폼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가 확인됐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구글 측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조사에 착수하고서 2년 9개월 만이다. 심사보고서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검찰 고발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플롯폼 기업의 입점업체 대상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발의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6일 IT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최근 구글의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유통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통상 심사보고서 발송 후 당사자(구글) 의견을 청취한 뒤 전원회의에서 최종 위법 여부와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구글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장터) ‘구글플레이스토어’를 쓰는 게임사에 대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경쟁 플랫폼을 배제시킨 효과를 낳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관련 담당자를 형사 처벌하기 위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에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가 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글은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경우 다른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 등록하지 못하게 요구하거나 그 조건으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2018년 당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이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만 출시되고 원스토어에 오르지 않아 불공정행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 것이다.
국내 앱 마켓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60%대로 절대적인 비중이다.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면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려면 반드시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내놓아야 한다. 반면 원스토어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가 해외 대형 플랫폼에 대항해 만든 플랫폼으로 앱 마켓 점유율이 10%대다.
공정위는 2018년 4월 국내 게임업체들을 조사하며 구글의 불공정행위가 없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도 벌였다.
당시 구글 측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출시하는 개발자에게 어떠한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마찬가지로 구글플레이상의 모든 앱은 타사 앱 장터 출시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보이고 추천되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사들을 상대로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한다고 차별 등 불공정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구글은 어느 앱 마켓에 게임을 내놓을지는 각 개발자의 선택이며, 구글플레이와 맺은 계약과 프로그램 정책을 준수하는 한 불이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 등 국내외 20~30개 IT업체들이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이하 온라인플랫폼법) 규제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해외사업자의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권 발동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가 계약을 맺을 때에는 손해 분담 기준이 담긴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법의 적용 대상은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 개시를 중개하는 서비스’다. 중개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광고, 결제, 배송지원 및 고객관리 등도 거래 중개에 포함한다.
제정안은 플랫폼사업자의 갑질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점업체와 계약시 ▲플랫폼 노출 순서·형태·기준 ▲손해 분담 기준 등이 담긴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또 입점업체와의 계약해지시 30일 전, 서비스 제한이나 중단시 7일 전 통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구입 강제행위 ▲경제상 이익 강요행위 ▲손해 떠넘기기 ▲경영활동 간섭 등도 불공정행위로 규정했다.
정부안에서 규정한 플랫폼법의 적용대상은 플랫폼 사업자 중 수수료 수입, 즉 매출액이 100억원 이내이거나 판매가액 합계액, 즉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이다. 이럴 경우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의 플랫폼 분야가 포함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시점에서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 8개와 숙박앱 2개업체, 배달앱 4개업체 등이 해당되지만 시행령 기준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헤택을 볼 입점 업체는 140만개에 해당된다. 우선 쿠팡이나 G마켓 같은 오픈마켓은 물론 배달의민족(음식배달), 야놀자(숙박), 카카오택시(차량승차), 네이버,카카오, 구글 등 ‘검색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도 모두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 ‘국내외 기업 차별 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공정위는 "다양한 문서송달 방법을 통해 해외기업의 자료도 확보할 수 있다"며 "의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사업자는 조사권을 발동해 확인하고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플랫폼 매출·거래액 파악과 관련해선 "여러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IT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등 특정 결제방식 강제행위에 대해선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별도 온라인플랫폼법안에 ‘특정 결제방식 강제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것과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정위 제정안에는 재화나 용역을 구입을 강제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유형에 해당한다면 포괄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혀, 사후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진홍 기자 lny@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