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고객과 소통하다 보니 억대연봉 … 어려움 겪는 FC 관리해 보험왕 달성하기도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하루는 상을 수상해 받은 꽃을 집에 들고 가자니 아까워서 그 날 만날 고객님에게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니 끝내 저와 계약까지 하셨어요. 그게 꽃 개척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13일 당산동에 위치해 있는 KGA인스클리닉 지점에서 만난 유미경 지점장은 타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을 만나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유 지점장과 같이 일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이다.
영업은 물론 리쿠르팅까지 코로나에 겨울 한파까지 겹친 매서운 시기임에도 지점장실은 늘 유지점장을 찾는 사람들이 매일 대기한다. 이번주 장기자의 GA P!CK은 유미경 KGA에셋 인스클리닉 지점장을 만나 그녀의 영업인생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 남편 몰래 3개월 간 다녔던 보험영업 … 겨우 남편 설득시켜 시작
보험영업 시작하기 전 직원 10명을 고용했던 호프집 사장이었다. IMF가 터진 이후에도 장사는 잘됐지만 타격이 온 건 2000년대 들어서부터였다. 마침 지인을 통해 보험이 가입 돼 있던 신한생명에서 하는 VIP초청 행사에 가게 됐다.
당시 그래도 장사가 돼 VIP고객 중 하나였기에 가능했지만 이 자리에 참석해 들은 변액 유니버셜 종신보험 설명을 듣자마자 이 상품을 내가 팔면 잘 팔 수 있겠다는 촉이 왔다. 그대로 신한생명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신한생명도 당황했다. 이런 식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봤다. 문제는 영업을 어떻게 할까보단 남편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특히 호프집을 같이 운영했던 남편을 설득하지 못해 3개월 간 몰래 신한생명에서 일했다.
남편을 속이는 건 얼마 못 갔고 신한생명에서 일한다고 털어놨다. 남편이 반대한 이유는 자신이 아는 지인들에게 아내가 보험 가입을 부탁하는 꼴을 보기 싫었다. 유 지점장은 그 날부터 지인이나 친척 대신 개척영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자 반대로만 일관했던 남편이 허락해줬다.
◇ 영업 뛴 지 1년 만에 매니저 달고 동반 뛰며 FC관리 … 억대연봉 만들어 내는 귀재로
필요한 건 고객 데이터였다. 신한생명에게 당장 영업을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했다. 그러자 건네받은 것은 일명 타인DB라고 보험설계사 중 1년 안팎 일 하다 관둬 담당 FC를 잃은 고객(고아계약)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다.
이미 보험계약을 하신 분들이지만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을 담은 손 편지를 한 통 한 통 보냈다. 두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자영업을 하다가 보험설계사로 일하게 돼 고객님을 끝까지 관리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었고 일종의 나를 채찍질하는 마음이었다.
당시 50여명 고객 중 손 편지를 받았던 세분이 먼저 보험이 잘 가입됐는지 물어 보셨다. 간단히 종신보험 질문부터 시작하니 어느 새 그 분들이 가입한 보험 보장분석까지 하고 있었다.
이 인연으로 만난 고객 중 회사 부장님이 게셨는데 직접 부서원들을 소개시켜주셔서 보험계약 물꼬가 텄다. 한 회사 부서원들과 계약을 하니 회사건물에 입주한 다른 회사까지 접촉했다. 한 마디로 관계는 또 다른 관계로 연결됐고 한 건물이 어느 새 내 고객사가 됐다.
이렇게 영업에 재미를 느끼던 2년차엔 신한생명에서 사람을 데리고 오고 키우는 세일즈 매니저 일을 권유했다. 영업과 비슷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입 FC들을 관리하고 영업을 잘하도록 돕다 보니 늘 개척을 같이 갔다. 천직이었다. 재미가 붙어 현재까지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다.
그 당시 신입FC와 개척을 거의 안 나간 곳이 없었는데 구의동 현대 아파트에 장이 서면 1코너를 맡아서 서로 들어가 인사하다 부녀회로부터 보험영업을 허가받았던 일이 있다. 2000년 초중반에는 아파트담보대출이 유행하면서 나선 일이었다.
보험사 담보대출은 은행보단 액수가 많고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이자도 줄여주는 상품까지 있어 자연스레 한 가정이 담보대출을 받으면 보험 가입하고 아이들·남편까지 전부 고객이 됐다.
그러다 신한생명에선 영업을 잘했다고 상을 줬다, 그 날 받은 꽃다발을 집에 가져가자니 아까워 고객에게 드렸더니 반응이 좋아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꽃 개척의 시작이었다. 매주 시장을 다니며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꽃꽂이를 해드리니 그보다 확실한 영업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저와 같이 일했던 FC들은 개척부터 영업까지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어느 새 억대연봉까지 치고 올라가 있었다.
◇ 타성 젖어 떠난 FC, 관리 못했단 죄책감에 힘들어 … 성찰계기로
어려움도 있었다. 제가 관리했던 FC 중 일본서 사업하다 추방당해 처가살이하는 이가 있었다. 개인 사업을 했다는 점에서 과거 내 자신이 떠올라 1:1동반도 나가고 영업 노하우를 많이 전수했다. 그만큼 이 FC도 날 많이 따랐고 점점 성장해 1년차엔 1억 2년차엔 3억을 벌게 됐다.
이 FC가 기본적으로 사업을 했던 터라 법인플랜을 잘했다. 3년차에 버는 돈 만큼 할 일이 많다보니 법인플렌 1건만 잘해도 된다는 일종의 타성이 젖는 모습이 보였다. 그 때부터 이 FC는 남는 시간에 사업을 하면 돈을 2배 벌겠다는 생각을 자주 내게 이야기 했다.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어느 날 꼬치 집을 차려 날 불렀다. 낮에는 보험영업을 밤에는 자영업을 한다는 건데 말이 쉽지 일을 동시에 2개나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출근을 못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법인플랜을 해 받는 돈이 많으니 타 FC로부터 논총을 받았다. 결국 지점 분위기가 흐려지자 당시 지점장이 FC에게 강제해촉 하겠단 통보를 고민했다.
저는 해당 FC를 2달 내 다시 출근시키겠다고 지점장을 겨우 설득시켰지만 타 FC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막지 못했다. 2011년도부터 몇 년 공을 들어 신한생명 영업대상 탄 FC였는데 못 지킨 셈이다.
사건 이후 평정심은 흐려졌지만 절 따르는 남은 FC들을 끌고 나가야 했기에 그 FC만을 생각할 틈은 없었다. 대신 저를 다잡기 위해 주말만 되면 등산을 시작했다. 그 때 비로소 매니저로 일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5년 후 만난 그 FC는 이미 법인플랜 노하우를 들고 KDB생명, 흥국생명을 거쳤지만 영업기반을 다 까먹고 제약사 건강보조식품을 팔고 있었다. 다시 재입사는 시켰지만 한번 떨어진 영업력을 돌리기란 어려웠다. 시기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GA로 오길 잘했다” … 매달 느끼는 압박에서 해방되자 새 기회가 왔다
이 무렵 원수사 전속설계사들에게 GA로 오라는 스카웃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감이 GA로 향하는 발길을 막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진즉에 나올 걸 후회가 됐지만 그 때는 있던 지점에 민폐가 될 거란 생각에 고민했다. 당시 팀원들을 매달 리쿠르팅을 해 데리고 왔는데 두고 나간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 때 한 고객이 자신이 타사에서 받은 보험 보장분석 결과 신한생명 보험 상품이 보장도 안 좋은데 보험료가 높다는 지적을 받는 일이 늘었다. 보험설계사로서 힘 빠지는 일이었다.
보통 원수사에 있으면 자사 상품밖에 못 팔기에 보장이 별로인 상품들을 팔 때가 많다. 더는 고객들에게 나쁜 상품을 파는 건 할 수 없었다. 원수사를 떠나기 6개월 전부터 준비하면서 최대한 고객입장에서 보험 계약하는 마음으로 가성비 좋은 계약을 하겠다며 공부했다.
처음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던 2000년도 그 때처럼 과감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러자 당시 지점장과 하나 약속을 했다. 현재 다니던 지점 내 FC들을 한명도 데리고 같이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온전히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금세 단독으로 리빌딩을 시작했다.
요즘 원수사 사람과 만나 말하다보면 영업압박에 숨을 못 쉴 지경이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온다. 막상 GA로 오니 압박이 사라져 여유로운 계획대로 짤 수 있다는 말을 해도 안 믿는다.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2년이 조금 안 된 시간이지만 리쿠르팅으로 데리고 온 인원만 22명이나 된다. 영업은 리쿠리팅을 안하는 주말에 몰아서 하는데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도 저를 알아주고 꽃을 기다리는 고객분들이 늘 있다.
이제 목표라면 올해는 개인영업은 120개 이상 리쿠르팅은 지금 인원에 더블업해서 44명에서 45명을 계획하고 있다. 보험사 영업은 관계와 관계로 얽히며 지내는 일이다 보니 고객들의 선·후배 그리고 그 자제분들까지 전부 계약이 오고간다.
그 재미로 오늘도 꽃을 들고 나간다. 새 관계를 맺기 위해서 혹은 영업인들이 꿈꾸는 목표를 같이 이뤄지기 위해서 말이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