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 신충식 전 회장 제외 첫 내부출신 회장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농협금융 회장직에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내정됐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관료출신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는데 손 행장이 최종 선임되면 출범 10여년만에 내부출신 금융지주 회장을 배출하게 될 전망이다.
22일 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현 농협은행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이사회 보고 후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며 임기는 2021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2년이다.
앞서, 농협금융 임추위는 지난 11월 27일 김광수 전 회장의 사임에 따라 긴급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수차례에 걸쳐 여러 후보자를 선택지로 두고 심사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후보자 선정을 위해 내·외부 후보군의 비교 검증에 심혈을 기울였고 경쟁 인터뷰를 통해 손 행장을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손 행장은 1962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이다. 특히 지난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 도입에 큰 기여를 했으며, 2019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농협은행 은행장을 역임하면서 농협금융의 최근 호실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행장이 농협금융 회장으로 최종 선임되면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내부 출신이 오르는 것은 지주사 출범 초기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관료 출신이 이끌어왔다. 1대 회장인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고 최근 4명의 회장은 모두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나 청와대 요직을 지내다가 농협금융 회장에 내정된 경우가 많았다. 신동규 2대 회장(행시 14회)과 임종룡 3대 회장(24회), 김용환 4대 회장(23회), 전임자인 김광수 전 회장(27회)이 모두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이번 차기 회장도 관료 출신 선임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유력 후보가 자리를 고사하고 금융권 안팎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농협금융 내부 출신이 깜짝 발탁됐다.
이번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 농협금융 임추위는 "2020년 이전은 금융지주로서의 뼈대를 농협에 체계적으로 뿌리내리는 시기였다면, 2020년 이후는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농촌과의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에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병환 후보자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협금융을 이끌어 나갈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손 행장이 지주 회장을 맡게 돼 공석이 되는 농협은행장 자리는 곧 지주 임취위가 개최돼 차기 은행장을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