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직접판매업자로 오인하게끔 만드는 광고행위 금지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올해 금융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 중 하나는 '네이버통장'이다. 지난 6월 네이버의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통장이라는 상품을 선보였다.
이 통장은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잔액 100만원까지 세전 연 3%의 수익을 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동시에 논란도 일었다.
네이버통장을 두고 일어난 논란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네이버통장이 네이버가 아닌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상품이라는 점과 또 다른 하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으로 원금손실 위험이 있음에도 '통장'이라는 명칭을 쓴 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처럼 여·수신 기능을 가진 금융회사가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에서 빅테크의 양대주자로 손꼽힌다는 이유로 네이버통장을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예적금 상품과 비슷한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는데 제휴서비스 제공자에 불과함에도 '네이버가 선보이는 통장'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고객 모집에 나섰다.
또한 CMA계좌이기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의 예금통장처럼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나서 예금자보호가 되는 보통의 '은행 예금통장'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하자 결국 네이버는 이 상품의 명칭을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네이버를 전면에 내세웠던 네이버통장의 실상은 네이버가 만든 상품도 은행 예금통장도 아닌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만들어 운용하는 CMA-RP(환매조건부채권)형 계좌였던 것이다.
◆제휴서비스업자 부각 직접판매업자로 오인하게끔 만드는 행위 전면 금지
내년 3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금소법)'이 시행되면 이같이 연계제휴서비스 업자를 부각해 소비자를 오해하게 만드는 마케팅 행위는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된다.
금소법은 금융상품의 직접판매업자와 판매 대리·중개업자, 자문업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법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은 원칙적으로 금소법을 적용받지 않으나,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금융 관련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이 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네이버라는 이름만으로 금소법 적용대상이 돼지는 않는다"면서 "만약 네이버나 카카오가 온라인 대출 비교 플랫폼을 영업하게 된다면 금소법상 대출모집인으로 등록해 대리중개업자로 금소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소법에는 모든 금융상품 판매 시 '6대 판매규제' 원칙인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을 적용된다.
네이버통장과 같은 마케팅은 6대 판매규제 원칙 중 광고규제에 위반되는데 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광고에서 대리·중개업자 또는 연계·제휴서비스업자 등을 부각시켜 소비자가 직접판매업자로 오인하게끔 만드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대리·중개업자의 광고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대리·중개업자의 금융상품 광고는 원칙 금지하되 직판업자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되고, 상품광고가 아닌 사업분야 등의 업무 광고는 원칙 허용된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어떠한 광고도 할 수 없다.
◆"진입장벽 높아져 오히려 기존 은행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한편, 일각에서는 금소법이 기존 금융권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지만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업 이곳저곳을 침투하고 있는 빅테크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금소법이 은행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10월 키움증권이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보다 강화된 금소법 시행령이 장기적으로는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뿐만 아니라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까지 다뤄야 할 정도로 기존 금융회사들의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기존 금융권은 "규제의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형평성을 고려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화된 금소법이 개별회사나 산업을 적용대상으로 삼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적용받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권도 규제가 커지지만 본격적으로 금융업을 영위해보지 않은 플랫폼 업체에게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플랫폼 업체가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 같이 은행 대출, 보험, 증권 등 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것은 법적 규제보다는 강력한 소비자보호 규제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오히려 엄격한 금소법이 적용시 플랫폼 업체의 금융업 진출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기존 은행권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