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현장 타격 받을 것 ... 더 꼼꼼하게 판매사 책임 묻는다
CCO 선임 등 소비자 보호 기능 확대 움직임

[FE금융경제신문=안다정 기자] 내년 3월 25일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두고 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3월 들어 불거졌고, 주가지수가 1400선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전 산업계가 영향을 받는 모습이었다. 이에 자산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펀드 환매 중단 등 불완전 판매 이슈가 금투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금융감독원의 ‘올해 1~3분기 금융 민원 현황’을 살펴보면 금투업계는 지난해 말 대비 88% 가까이 민원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민원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지난 3월 불거졌던 마이너스 유가로 인한 손실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올해 들어 늘어난 민원의 영향으로 사모펀드 업계 위축 및 영업점에서의 판매 위축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이같이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나 설명의무의 미흡 등의 요소로 인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민원이 폭증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금소법의 영향으로 내년부터는 금융상품 판매사의 책임이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제도 변화에 따른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2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를 공시했다. ▲적용대상 ▲진입규제 ▲내부통제 ▲영업규제 ▲소비자권리 ▲분쟁조정 ▲감독제재 등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준을 재정비했다.
7가지 기준 중 핵심은 소비자권리 부문과 감독제재 부문이다. 법률상 청약철회권 및 위법계약해지권이 신설되고, 시행령에는 금융상품 특성에 따라 적용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괄적으로 모든 금융상품 가입 시 청약철회와 위법계약에 따른 해지가 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기준이 명문화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 판매사 간의 법적 다툼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간 제기됐던 상품 판매 프로세스 하에서 정보 비대칭 등의 문제를 사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생성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뿐 아니라 징벌적 과징금 제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후 부과기준을 위임했던 과거 안과 달리 과징금 상한선인 수입의 50%를 투자성 상품은 ‘투자액’으로, 대출성 상품은 ‘대출액’으로 규정된다. 이는 불완전 판매 등의 이슈가 불거질 때 투자원금 및 손실확정금액 등으로 해석을 달리했던 것을 단일 기준으로 통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기준을 단일화하거나 명료화하는 것이 골자이며, 이와 함께 판매자의 책임도 늘어난다. 금소법 시행령에 규정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부과 대상이 확대되고, 기준 마련이 의무화된다. 최근 들어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던 ‘내부통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사태에서도 중요하게 떠올랐다. 지난 10월 이후 3차례 열렸던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도 기관 및 임원 중징계안의 근거로 내부통제 미흡을 들었기 때문이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불완전 판매 등 판매 이슈가 있을 때 판매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금융상품 판매 전 소비자영향평가가 실시된다. 판매 후에는 수시로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한다. 또 판매담당자는 평가·보상체계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적정한지에 대해 스스로 검토하는 내용이 세부 내용으로 담겼다.
영업 현장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금융업법에 산재돼있던 ‘6대 판매규제’, ‘대리·중개업자 등의 영업 시 준수사항’ 등이 이관된다. 6대 판매규제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 규제 등이다.
적합성 원칙은 고객정보를 파악하고, 부적합한 상품은 권유를 금지하는 것, 적정성 원칙은 고객이 청약한 상품이 부적합할 경우 그 사실을 고지하는 것, 설명의무는 상품 권유 시 또는 소비자 요청 시 상품을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원칙은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적합한 수준으로 설명하고, 금융상품 판매 단계를 거치며 설명을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불공정영업금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부당권유금지는 불확실한 사항에 단정적인 판단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광고 규제는 광고 필수 포함사항을 준수하고 및 금지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금융상품 판매 시 소비자보호보다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소법이 시행까지 100일을 남긴 현재, 전 금융사는 선제적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변화되는 제도에 준비를 하고 있다. CCO(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채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본사조직의 편제 개편도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금소법 제정 전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기준 10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민원 건수가 3년 평균 증권업계 내 4% 이상인 회사는 독립 CCO를 선임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소법 시행 후 판매가 한 단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에 대해 “사후 모니터링이나 구제보다는 영업 현장에서부터 사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라고 본다”며, “일선 영업 현장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다정 기자 yieldabc@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