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령으로 세부적인 사항 합의 되지 않은 채 법안만 통과 ... 보험사·GA 고민만 늘어나

그러나 아직 세부적인 사항이 합의가 되지 않은 채 법안만 통과 돼 시행령을 앞두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보험업계 고민의 한복판에 섰던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이 내년 7월부터 의무화 되고 산재 적용 제외되는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재해로 사망이 인정 될 경우 산재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보험료 요율 및 소득 요건, 고용보험 기금 분리 운영 등 세부 사항은 전혀 합의가 되지 않아 시행령을 정할 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어 해당 부분에 대한 보험업계 내부적인 다툼만 심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내년 7월부터 전부 의무화 … 사고 시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실상 폐지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 14개 직종들이 고용보험에 의무가입 대상이 됐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이 대통령령을 통해 정하게 돼 있어 갈등 및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출처 - 국회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가입은 문재인 행정부 대선 공약 사항 중 하나였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목적이었다. 이에 지난 8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고 9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고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53명 중 찬성 239명으로 압도적 표수로 본회의에 통과됐다.
이는 해당 법안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도 다수 찬성했다는 의미로 반대했던 의원들도 불과 4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사회적 불평등 사안 중 하나로 인식했던 만큼 법안 통과가 진통 없이 넘어간 부분 자체만으로도 의미부여는 충분하다.
특히 보험료 징수법이라고 단순 기입했던 용어조차 고용산재보험료 징수법으로 일괄개칭 되면서 산재보험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실제 같은 날 의결 된 산재보험 법 개정안에선 적용제외 신청 사유에 질병 및 육아휴직 등 법률에서 정한 사유로 일정기간 일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해 적용제외 법 폐지에 버금가는 효과를 내도록 했다.
현재 14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대상이지만 약 80%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적용제외가 신청 돼 산재보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2% 수준으로 평균 특수고용노동자 가입률인 20%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이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사유 관계없이 적용제외를 신청하도록 만들어 애초 취지와 달리 사업주 권유나 유도를 통해 받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은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 대통령령으로 기준한 시행령 갈등 불씨 여전 … 보험사·GA 고민만 늘어나
문제는 세부적인 사항들이 전혀 합의되지 않았고 이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토록 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두게 한 점들이다.
실제 법안을 살펴보면 1차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 된 14개 직종인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기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방문점검원 ▲방문강사 ▲가전제품설치기사 ▲화물차주라고 구분 지었을 뿐 구체적인 적용 직종조차 보호필요성, 관리가능성,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또 실업급여는 이직일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 피보험기간・연령에 따라 120~270일간 수급하고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대기기간은 7일을 부여하나 소득감소로 인한 이직의 경우에는 최대 4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일반인과 같이 쓰는 고용보험에 편입됐으니 일반가입자들과 혜택이 같아졌다.
다만 소득 변동성이 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특성상 최저 소득기준을 어떻게 책정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계약 및 해촉이 자유로운 업종 특성상 소득기준을 낮게 잡으면 악용할 우려도 있고 그렇다고 높이자니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 결국 일반가입자, 특수고용노동자 전용 계정으로 분리해야 한단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용보험료도 특수고용노동자와 사업주가 공동으로 부담하고 사업자가 원천징수해 납부하도록 했지만 정작 보험료 부담 비율을 어떻게 나눌지는 정하지 않았다. 경영자 총연맹은 3분의 1만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진통은 가시화 되고 있다.
실제 통과 된 고용보험안을 두고 보험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부터 고용보험료가 과도할 경우 부담은 보험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곳까지 다양하다. 한 마디로 고용보험료 부담률을 누가 얼마나 어디까지 가져가느냐가 문제 쟁점이 된다는 의미다.
앞서 경총에서 주장한 것처럼 3분의 1만 내겠다고 하면 나머지는 보험설계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보험설계사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보험설계사 이탈에 고심이 많은 보험사의 경우 고용보험료 부담을 피해 GA로 전속조직을 옮기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업계(GA)에서는 고용보험료를 보험사와 반반씩 부담하는 식으로 해서 나눠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괄적으로 가입을 하도록 만들면서 한쪽만 부담을 지우는 식으로 해서는 현재 문제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의식인 셈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우려해왔던 부분이 이번 법안을 통해 현실화 될 일만 남은 셈”이라며 “고능률 보험설계사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보험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 돼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보험설계사 단체에선 “이미 저능률 설계사들은 굳이 고용보험 문제가 아니더라도 보험업계에서 살아나기 힘든 구조인데 저능률 설계사 핑계를 대며 의무가입에 대한 억측만 내놓고 있다”며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보험설계사 조직을 운영할 생각이 아니고 단순히 설계사만 많으면 좋다는 식으로 운영하니 지금처럼 비대하고 효율 적은 조직이 된 게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