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줄 때 짐싸자" ...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 커진다
"많이 줄 때 짐싸자" ...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 커진다
  • 정성화 기자
  • 승인 2020.12.07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H농협은행 명예퇴직 신청에 지난해보다 147명 늘어난 503명 신청
"올해 보상 늘리고 연령은 낮춰"
비대면 전환에 은행권 인력감축 본격화
지난 8월 광주 광산구 우산동 이마트광산점에 설치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공동 자동화기기(ATM)를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8월 광주 광산구 우산동 이마트광산점에 설치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공동 자동화기기(ATM)를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올해 금융권은 코로나19 영향에도 일부 금융지주사가 분기 순이익 1조원를 돌파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인력감축의 기회로 삼고 있고 은행원들 또한 조건이 좋을 때 떠나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접수를 받은 명예퇴직 신청에는 총 503명이 몰렸다. 이는 지난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356명 보다 147명(41%) 더 늘어난 수치로 올해 퇴직 조건이 좋아지면서 신청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올해 명예퇴직 보상을 대폭 늘렸다. 농협은행은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는 명예퇴직금으로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8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했고 65년생과 66년생의 일반직원이 명예퇴직을 할 경우엔 월평균 임금의 각각 35개월치와 37개월치를 주기로 했다. 67년생부터 70년생까지의 직원과 71년생부터 80년생에 해당하는 직원은 각각 39개월, 20개월치에 달하는 월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여기에 추가로 올해는 전직지원금도 지급한다. 농협은행은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 전직지원금 4000만원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을 지급한다. 만 48~55세 직원에는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을 준다.

SC제일은행도 이달 초 특별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수 십명의 직원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상무보 이하 전 직급 중 만 10년 이상 근무한 만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SC제일은행은 특별퇴직 직원에게 최대 38개월 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최대 2000만원(1인당 1000만원), 창업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노사 합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께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주요 시중은행은 연말연시에 특별 퇴직을 정례화하고 직원들을 내보냈다.

은행들이 이처럼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직원들을 내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점포 및 인력 감축이 생존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영업을 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8만7500원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32조원을 넘는다.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이른바 '거품 논란'도 적지 않지만 3분기 순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시가종액이 각각 19조6261억원과 17조587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의 기대감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은행 서비스의 비대면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지털전환의 시대 흐름에 부합하고 '저비용 고효율'로 무장한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려면 인건비를 반드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 중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영업이익경비용(CIR)을 보면 올해 3분기 기준 우리은행 53.7%, KB국민은행 48.6%, 신한은행 44.2%, 하나은행 43.7% 순이다. 은행들은 빠른 시간 내에 CIR을 30~40% 수준까지 낮춰야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매년 대규모로 실시하는 신입사원 공개채용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에 새로 입사한 인원은 2000명 가량으로 지난해(2779명)보다 약 30% 줄었다.

매년 대규모 인원을 내보내고 신규 채용도 줄이면서 최근 몇 년간 은행 인력규모는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신한·KB국민·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직원 수는 2017년 8만3115명에서 2018년 7만7968명, 2019년 7만7645명, 올해 3월 기준 7만6946명으로 매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은행권 희망퇴직에는 약 1700명이 신청한 바 있다. 은행원들도 "인력감축을 피할 수 없다면 회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할 때 떠나는 게 좋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경제신문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25 에이스가산포휴 904호
  • 대표전화 : 02-783-7451
  • 독자제보 및 광고문의 : 02-783-2319
  • 팩스 : 02-783-1239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418
  • 등록일 : 2010-11-18
  • 발행인·편집인 : 최윤식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주경
  • 금융경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금융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etimes.co.kr
  • ND소프트
뉴스레터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