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집계되면 103조원 넘을 전망
전문가, "전셋값 잡지 못하는 한 전세자금대출 수요 계속 늘어날 것"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10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가파른 전셋값 상승의 후폭풍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83조3595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 중 아직 하나은행이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10월 말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20조161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 11월에도 같은 수준의 잔액을 유지했거나 더 늘었다고 가정하면 5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3조5207억원 수준이거나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약 83억원 수준이었던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월 말 기준 1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말 기준 10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은 올해 하반기들어 전세거래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폭등한 전셋값이 전세자금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전세공급 물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90.3 기록해 전세수급 불균형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수요에 비해 전세공급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조사한 지표로 지수가 100이면 전세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룬 상태다.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데 2년 전인 지난 2018년 11월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107.8로 최근 190이 넘는 이 수치는 전세시장의 공급난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한 전세자금대출 가계 빚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13일 금융당국은 고소득자 대상 신용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고 지난달 30일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했는데 그럼에도 불구 전세대출은 신용대출과 달리 금융당국이 섣불리 조이거나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대출은 투기가 아닌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개입 시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흔들릴 우려가 높고 증시나 다른 투자처에 몰릴 가능성이 큰 신용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권은 당분간 전세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전세대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급등세는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계약을 하기 위한 서민들의 대출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라며 "전셋값이 내리지 않는 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를 잡기 힘들고 현재 전세 매물 부족의 원인은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기 전에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