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업황 악화로 비용절감 절실 …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그동안 제판분리 반대에 앞장섰던 보험업계에서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업계 내 제판분리도 가속화 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만들고 보험대리점에서 판매를 전담하는 일명 제판분리에 대해 부정적 기조가 있었던 보험사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생명보험사들이 제판분리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한화생명 업계 최초 전속보험설계사 채널 분사 … 미래에셋생명도 분사행렬 동참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이 전속판매채널을 분리해 지난 2014년 설립한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편입시키며 판매 중심 채널로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래에셋생명 선언 보름 전인 지난 달 16일 한화생명은 갑작스럽게 자사형 GA사 2곳을 합병하기로 발표하고 3일 뒤인 지난 달 19일 전속판매채널 분사를 발표하며 검토에 나섰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연이은 판매채널 분사 소식은 제판분리 가속화 신호탄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제판분리를 시도하면서 공통적으로 내세운 명분인 영업부분 선진화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선 제판분리가 보편화 되면서 보험 대리점(GA)들을 중심으로 보험 상품을 비교 분석해 판매하는 시스템이 속속 갖춰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상품을 두고 비교분석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선택권이 다양화 되고 회사는 그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던 자산운용 및 상품 개발에 초점을 두고 매진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 출신 전속설계사 유입은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손해보험 설계사들이 어려운 생명보험 상품을 팔기 꺼려하지만 생명보험 설계사들은 손해보험 상품을 팔기 쉽다는 말이 많아서다.
아무래도 생명보험 약관 내용도 많고 설명해줄 말이 많다보니 생겨난 말이지만 그 영향이 크다. 실제 GA사들이 커나가는 데 큰 공을 세운 건 생명보험사 설계사들이 대거 GA로 옮겨가는 시점부터였다.
이제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을 앞둔 수수료 1200%룰 도입에 기존 생명보험만 팔아선 설계사들 요구를 맞춰주기 힘들어진 보험사 입장에선 수입 확대에 도움이 될 만한 손해보험 상품도 판매하도록 열어주면서 수수료 인상 고민거리를 해소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신한생명 자회사형 GA서비스인 신한금융서비스가 리더스금융을 인수했듯이 판매채널 거대화가 이뤄지는 것도 위협이다. 속속 제도권 밖에 있던 GA사들이 제도권 내 대형화되면서 상장도 이뤄지고 이합집산으로 힘이 커지면서 판매력 및 협상력이 높아지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차승렬 미래에셋생명 채널혁신추진단장은 “글로벌 선진 보험시장은 이미 제판분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다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추진 과정서 계약자·FC·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 생보업계 업황 악화로 비용절감 절실 …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다만 보험사들은 대체적으로 제판분리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서 뒷말이 나오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것도 생명보험사의 경우는 이에 대한 괴리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명보험사에서 제판분리에 전환적으로 나오게 된 계기는 비용절감 목적이 가장 크다.
전국에 수많은 각 보험사마다 지점 점포 숫자만 해도 수 십 개가 넘는 상황에서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인건비, 임대료 등 부대시설에 대한 운영비로 한 해 들어가는 비용은 많게는 200억 이상 지출이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생명보험사 영업이익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생명보험사 영업이익은 채권판매이익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서 간신히 버텼다. 내년은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렇지만 자사형 GA합병과 더불어 전속채널 분사에 대한 움직임을 두고 한화생명 노조는 구조조정 일환으로 보고 적극 투쟁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점포로 나가는 관리 직원 대다수가 정규직들로 전속설계사를 떼낸다는 건 이들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말을 의미해서다.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회사 의도는 자회사를 통해 본사인력들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빤한 술수”라며 “그동안 메리츠화재식 아메바경영 도입을 검토해 온 만큼 이번 결정도 비슷한 것이라고 보고 대산별노조 전환을 추진” 한다며 강경 투쟁모드에 돌입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 측은 점포에 있는 지점장들이 사업가 형 지점장이라는 점에서 큰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대대적으로 수당구조 및 업무 시스템 정비 과정 속에서 언제든지 갈등의 씨앗은 커질 수 있어 완전히 방심해선 안 된다는 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가 제 3보험 시장에 너무 늦게 발을 내딛는 바람에 결국 덩치가 훨씬 작은 손해보험사들에게 시장 주도권을 뺏기면서 운영비를 생각할 만큼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사해서 자사형 GA와 합병하는 것도 결국 제 3보험 시장 주도권을 되찾거나 혹은 동화돼 영업이익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라고 분석했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