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어렵단 핑계로 IFRS17 수차례 연기 … 제도 도입 지지부진 비판 받을라 강행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재 확산세로 경제가 풀릴 기미가 안 보이자 올해 반사이익을 봐왔던 생보업계가 내년엔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023년부터 시행 될 IFRS17를 또 다시 시행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저축성 보험 팔아 수익 낸 생보업계 … 속사정도 모르고 증자하란 금융당국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 준비에 코로나19에 따른 초저금리 영향으로 그나마 상반기 병원 이용률이 적어 나타난 내년 전망마저 어둡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IFRS17도입을 다시 미뤄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47조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 기준 평균 마이너스 3.2%의 역성장을 보인 것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수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연 초부터 연 3% 수익을 제공한다는 단기 저축성보험 상품이 다시 인기를 끈 것이 한몫했다. 최근 2년 사이 금리가 제로금리로 내려앉으면서 은행에선 마땅한 예·적금 상품이 없어지며 대안으로 저축보험이 떠오른 셈이다.
이 와중에 은행 주 수입원이었던 대출상품을 정부 대출규제로 연결되자 마땅한 대체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한동안 뜸했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채널 활용이 큰 유혹으로 자리하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 3년 뒤에 시행 될 새 회계제도 IFRS17 도입을 앞두고 부랴부랴 저축성 보험 상품을 없애거나 자제했던 생명보험사 입장에선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새 회계제도가 반영되면 보험부채를 원가로 보던 것을 시가로 변경 돼 고스란히 저축성 보험 상품은 부채가 된다.
이 때문에 과거 팔았던 확정형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들은 생보업계의 이차역마진 문제뿐 아니라 보험사의 막대한 부채를 가져왔다. 현재는 규제를 대비하기 위해 책임준비금을 쌓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쌓을 준비금이 급격히 늘어나 생명보험사 수익만 악화됐다.
그래도 IFRS17을 위해 자본 확충으로 부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생보업계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대비해왔다. 이 상황에서 지난 23일 종합국감 자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대신 안정적 증자를 통해 IFRS17에 대비하란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보험사도 유상증자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보다 나은 방식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나마 금융지주계열사들은 안정적 금융지주라는 뒷배를 통해 충분히 대비가 되지만 일반 보험사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은 위원장은 발언은 결과적으로 보험업계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턴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어려운데 유상증자가 퍽이나 될 것 같냐”며 “전반적 영업부진에 어려움까지 보험업계 생각보다 미뤄도 될 규제를 내세워 고사시켜 일자리를 없애는 게 금융당국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답했다.
◇ 미국·일본·대만도 IFRS17 도입 미뤄놔 … 제도 시행 의지 없다 시장에서 볼 우려도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강조하듯이 IFRS17을 통과 시키려는 목적이 뭔지 궁금할 법하다. 6년 전인 지난 2014년 IFRS17도입을 선포한 금융당국의 목적을 보험업계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계속 미뤄왔다는 데 큰 불만이 자리한다.
당국이 시키는 대로 준비했다면 어려움이 있겠냐는 말로 오히려 시간이 촉박하다는 보험사의 주장은 엄살로밖에 안 보인다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험업계는 업황이 좋든 안 좋든 제도 연기에만 신경 쓰고 있어 당국의 반감을 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IFRS17을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도 그와 비슷한 규제였던 솔벤시2를 도입하기까지 최장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 이들도 서서히 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연착륙을 노렸는데 고작 10년 가지고 오래 기다렸다는 금융당국 인식은 문제점이 분명하다.
게다가 IFRS17 도입을 두고 수입보험료가 높은 미국이나 일본은 새 회계제도를 도입하기보단 자국 회계기준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수입보험료 10위권인 대만은 IFRS17이 공식 시행된 뒤 3년간 경과를 지켜보고 도입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아예 IFRS17 도입을 주도하는 유럽마저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지 않자 공공연하게 도입 시기를 늦춰달라는 의견을 내는 등 반응은 다양하다. 물론 유럽은 IFRS17과 유사한 솔벤시2 제도를 운영 중이라 제도 변화에 큰 타격감은 없지만 요구는 하고 있다.
즉 강제적 규약을 가진 제도가 아닌 탓에 연착륙을 염두하고 있는 국가가 더 많은 상황에도 국내 금융당국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반드시 추진한다는 목적을 세우고 보험업계 압박을 지속하는 셈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의지가 워낙 강해서 반대 의견 내기도 겁나는 상황”이라며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라 업권 존폐 기로에 선 만큼 파격적인 도입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솔벤시 2를 먼저 시행해 제도적 변화에 대응한 유럽을 본받아 K-ICS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적응이 끝나면 IFRS17를 받는 자세를 고려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