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공식 은행장으로 선임
국내 민간은행에서는 첫 여성 은행장 탄생 사례
금융계 " 미국 본사 영향 받은 것으로 보여"

[FE금융경제신문=정성화 기자] 국내 민간은행에서 첫 여성 은행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견고한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깬 여성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직무대행이다.
7일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회의를 열고 유명순 현 기업금융그룹장 및 은행장 직무대행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유명순 은행장 직무대행은 오는 27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공식 은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앞서,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이 지난 8월 3연임을 포기하고 6년간 이끌어왔던 씨티은행장에서 물러나면서 유명순 기업금융그룹장이 은행장 업무를 대행해왔다.
유 직무대행이 은행장에 최종 선임되면 국내 민간은행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는 지난 2013년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면서 첫 여성 은행장을 배출했으나 민간은행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은행장이 배출된 사례가 없었다. 국책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쥐고 경영적 판단 외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은행장 임명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순수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민간은행의 은행장 선임 절차와는 차이가 있다.
첫 여성 민간 은행장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은행권은 전 직원의 절반 가량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급을 넘어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적다. 여전히 여성임원 비율은 6%에도 못 미친다. 최근들어 여성 은행원들의 유니폼을 폐지하는 등의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은행권은 다른 업계에 비해 보수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한국씨티은행의 여성 은행장 탄생에 미국 본사의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씨티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여성을 선임해 미국 월가 은행 중 첫 여성 CEO를 배출했다. 씨티그룹은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 씨티그룹 글로벌소비자은행 총괄자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지목하고 그녀는 2021년 2월부터 본격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씨티그룹의 여성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월가 은행사 평균 비중인 31%를 크게 웃돈다. 임원 성비균등 부문은 씨티그룹이 꼽힌 핵심 지속사회경영 성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명순 직무대행은 전임자인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과 마찬가지로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1964년생인 유 직무대행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해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금융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다. 2014년 잠시 씨티은행을 떠나 JP모간 서울지점의 기업금융 총괄책임자를 맡았다가 2015년 씨티은행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기업금융그룹장을 맡고 있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