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편입액 총 22조원으로 리딩그룹으로 '우뚝'
전통적 종신보험 강자는 분명하나 우려도
현실은 종신보험 가입자 매년↓ 달러연금도 한철 장사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푸르덴셜생명이 지난 1일 KB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하는 출범식과 동시에 KB금융그룹이 꿈에 그리던 리딩금융그룹을 재탈환 했다.
그렇지만 시장에선 푸르덴셜생명의 높은 인수가에 비해 수익이 낮다는 비판부터 착실한 포트폴리오 관리로 성장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KB금융그룹이 성공적으로 리딩그룹을 수성하는데 푸르덴셜생명이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가 매입 불식 안간힘 쓰는 윤종규회장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이 지난 1일 KB금웅그룹과 공식적으로 합치고 출범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출범식은 지난 4월 진행 된 최종 매각협상 이후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결과였다.
그럼에도 자산규모 21조8000억원에 달하는 푸르덴셜생명이 공식적으로 지난 2분기 총자산 569조6000억원인 KB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합계 591조4000억원으로 단숨에 총자산 578조4000억원인 신한금융그룹을 뛰어넘는 1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눈 여겨봐야 할 점은 이 날 진행 된 출범식을 KB금융그룹 계열사 모든 대표들이 참석하고 나머지 모든 임직원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KB금융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윤종규 회장 3연임 달성을 위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급하게 인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에서다. 윤 회장 입장에선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고 계열사 간 관계개선이 먼저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출범식 자리에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국내 최대 영업망을 보유한 KB금융과 생명보험업계 최고 영업력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이 합쳐져 다양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그룹 내 계열사들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만들고 성장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이자 그렇게 돼야만 한다는 강력한 압박이 내포 돼 있다. 모든 KB금융 계열사 노조가 반대한 인수이었기에 실적을 내지 않으면 윤 회장에 대한 반발기류가 더 커질 것이 자명한 탓이다.
그래서 푸르덴셜생명에게 내려진 첫 번째 미션은 KB금융그룹 내 안착과 밸류업이다. 당장 KB생명과 합병하는 것은 푸르덴셜생명이나 설계사 조직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한 예로 신한금융그룹에 인수 된 오렌지라이프도 신한생명과 인수 된 지 2년이 지나고 있지만 공식적인 합병은 오는 2021년이다. 해당 기간 동안 각자 경영체제를 통해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간의 이견을 좁히고 구성원들의 반발을 최대한 자제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되고 있다.
종신보험 가입자 매년 감소
무엇보다 푸르덴셜생명은 전체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조직 중 가장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설계사 조직인 LP(라이프플래너)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무리한 합병 보단 기존 방식을 고수해 안정적인 수익을 잘 내주는 것이 중요하단 입장이다.
KB금융그룹에서 내세운 중장기 전략에서도 기존 LP조직을 활용해 프리미엄 영업모델을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푸르덴셜생명을 안정적이고 재무적 포트폴리오를 알차게 만들어 준 종신보험이 과거와 달리 판매가 영 신통치 않아 매해 가입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종신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2016년 8만 6934건이었지만 지난 2017년 8만 435건, 2018년 6만 7438건, 2019년 7만 4164건으로 매년 평균 4.5%씩 감소했다.
특히 올 상반기 종신보험 가입 건수는 3만 5030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또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라 말하나 근본적으로 기대수명이 늘어 고령층은 늘고 젊을수록 종신보험 가입을 꺼리면서 종신보험이 계륵이 된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생명 측은 “종신보험보단 최근 연금보험 및 달러보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종신보험에 대한 가입 건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 날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과 통합하자마자 내놓은 4종 상품 모두 달러보험이나 연계 된 연금보험들이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종신보험을 통해 형성 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수익성이 낮은 연금보험으로 채우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이 앞선다.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으로 보험료가 높고 만기가 길어 마진율이 매우 높고 대다수 장기채권 위주로 자산운용을 해 자본적정성에도 영향이 컸다. 이와 달리 달러보험은 환율차이가 크면 클수록 소비자나 보험사만 피해를 독박을 써 피해 볼 가능성이 크다.
만기도 최소 10년에서 최대 30년 납으로 긴데다 환율 변동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보험금 지급규모에 따라 자산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감독원에서조차 환율 격차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후 투자를 하라고 주의를 내리기도 했다.
채권처분이익 빼면 1000억원 대 아래
이보다 더 심각한 건 당기순이익이 지난 2016년 말 기준 965억원을 기록한 아래 2017년 1760억원, 2018년 1644억원, 2019년 1407억원으로 매년 1500억대 안팎 수익을 벌었다. 그러나 채권처분이익을 빼면 대체로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이 넘는 경우가 없었다.
이는 과거에 팔았던 종신보험 상당수가 확정고금리형 상품이 많아 매년 1500억원에 이르는 운용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물론 최근 생명보험업계 행보가 이와 매우 비슷하지만 대형 생명보험사 체급과 근본적으로 달라 손실이 발생 시 KB금융그룹 생각과 정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 금융그룹의 리딩금융그룹을 지켜줄 방패인 줄 알았는데 계열사가 먹여 살리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생명보험업계가 유례없는 성장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KB금융그룹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 들어가 시너지는 내는 것은 또 다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 자체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데 생명보험사를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하는 데에 한계가 크다”며 “KB금융그룹이 기대하는 것만큼 실적이 안 나올 일이 더 많지만 강력한 전국적 영업망을 가지게 되면서 추가 성장할 기회를 잡은 것은 맞다”고 답했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