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지난 14일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
롯데카드, 9월 중 마이너스 카드 출시 준비 중 ... 신용대출 수요 크게 늘어난 영향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은행권의 마이너스 통장 처럼 정해진 한도 내에서 수시로 필요할 때 마다 꺼내 쓸 수 있고 쓴 만큼만 이자를 내는 마이너스 카드가 재등장했다. 마이너스 카드는 편리하게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태에서 카드사의 대출 편의성 확대는 자칫하면 제2의 카드대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우리카드, 롯데카드 잇따라 마이너스 카드 서비스 출시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가 지난 14일 마이너스 카드 서비스인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한데 이어 롯데카드가 9월 중 마이너스 카드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스 카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상품 중 하나로 카드사와 약정한 한도 내에서 고정된 이자율로 자유롭게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한도약정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여유자금이 있으면 언제든지 중도 상환이 가능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반 카드론은 은행의 개별 대출상품과 유사하게 중도 상환 뒤 다시 대출을 받으려면 재약정을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대출이나 연체이력이 발생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데 마이너스 카드는 대출 건수가 1건으로 산정돼 신용등급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우리카드가 출시한 '우카 마이너스론'은 신용도가 우수한 우리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약정기간은 1년이다. 이용 한도는 최고 1억원, 금리는 연 4.0%~10.0% 범위 내에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정해진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기존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은 이용할 때마다 건건이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서 "우카 마이너스론은 약정기간 및 한도 내에서 고정 이자율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고객의 불편함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 역시 9월 출시를 목표로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준비 중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3일 새로운 상품 라인업인 '로카(LOCA)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마이너스 카드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한도와 금리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 2003년 카드대란으로 자취 감췄던 마이너스 카드 ... 재등장 배경은?
마이너스 카드의 등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삼성카드가 '바로론'이란 이름으로 마이너스 카드를 출시한 것이 마이너스 카드의 시초다.
그러나 2003년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카드사가 부실에 빠지는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그 이후 2008년 신한카드가 '마이너스론'을 출시하기도 했었지만 이용률이 낮고 고객들의 관심에서 빗겨나면서 한동안 마이너스 카드 서비스는 주목받지 못했다.
종적을 감췄던 마이너스 카드를 최근 카드사들이 잇따라 선보이는 이유는 최근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1611조4000억원)보다 25조9000억원 불어난 163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가계신용 증가에 카드론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주요 카드사 7곳에 따르면 6월 기준 카드론 이용액도 3조94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자산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부동산과 주식투자가 늘면서 '빚투(빚 내서 투자)'가 금융권 신용대출 급증세의 원인으로 파악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1금융권에서 한도를 채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앞다퉈 마이너스 카드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마이너스 통장도 필요할 때마다 잘 활용하면 소비자에게 득이 되듯이 마이너스 카드도 상품 자체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용등급 관리에는 이점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카드론은 은행권 마이너스 통장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고 편리성을 내세워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 제2의 카드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자산가격이 계속 올라만 준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자산가격이 폭락해 버블이 터지면 향후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을 관리하면서 해당 상품이 상품 구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운영되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가 마이너스 카드 상품 자체를 출시해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일부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철저히 점검하고 과열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