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냐 삼성생명 매각이냐 선택기로에 … 대체투자 찾는 것도 모험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황금알 낳는 삼성전자 지분 결국 배 가르나.'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삼성생명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생명이 안전한 투자수익을 제공하던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절대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가능해진 것인데 막상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한 순간부터 매각 이슈 및 막대한 주식처분에 따른 주식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등 다양한 우려와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실현 될 편법경영 정상화 … 금융당국·투자자 관점 달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문제에서 한 번씩 거론됐던 사안이다. 다만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문제는 이건희 회장 사후 이재용 부회장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전 단순히 지나가는 이슈 즈음에서 그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병석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을 통한 삼성전자 편법경영이 지속되자 해당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선 상속세를 내지 않는 꼼수경영 및 금산분리를 안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까지 미룬다고 보게 만들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 및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30.86% 소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을 20.82%가지고 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에서 5%, 삼성생명은 8.8%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난 19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발의 된 삼성생명법 주요 골자는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다. 표면상으론 타 금융회사와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편법경영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법안대로 시행되면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기준에 따라 대주주 발행주식을 자기자본의 60%, 총 자산의 3% 이내만 보유가 가능해지는데 유일하게 적용대상이 바로 국내 생명·손해보험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적용대상이 된다.
정치권에선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편법경영으로 상속세를 피하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충분한 단죄를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적어도 지주사 전환을 미루며 타 재벌 오너 일가와도 형평성이 어느 정도는 맞춰진다는 성과물을 가질 수 있다.
당장 금융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꺼번에 25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이 주식시장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법안도 7년간 유예기간을 두며 천천히 매각해 법안 통과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생명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배당이 늘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이슈가 없던 지난달과 비교해 최소 32.4%가 치솟았다. 이같은 추세라면 상장 당시 주가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주주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하루 빨리 처분되길 고대하고 있다.
◇ 계열분리냐 삼성생명 매각이냐 선택기로에 … 대체투자 찾는 것도 모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 삼성생명의 운명은 금융계열사 독립으로 연결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삼성생명을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한 고려대상 중 하나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시장 지위를 고려한 매각가가 최소 4조원대라는 점이다. 생명보험업계 1위라는 점을 반영한 수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나 보험사 중 삼성생명을 살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그나마 금융그룹사 중에서 생명보험사가 작은 하나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지만 4조원대 재원마련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일례로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2조2000억원 사용한 걸 두고 KB금융그룹 노조에선 대놓고 윤종규 회장 퇴진 시비까지 일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조 단위가 넘어가는 인수가액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들의 금고를 쥐어짜야 되는 터라 매우 힘들다.
시장에선 결국 오너일가 간 계열사 분리를 통해 삼성금융계열사만 따로 독립하는 방향으로 전환 될 가능성을 매우 크다. 그래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진행 될 경우 빠르게 지주사 전환이 요구되는 만큼 최소 오는 2021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끝마칠 수도 있다.
매각이나 분리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삼성생명이 어디를 투자해서 이익을 창출할 지도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대신할 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 삼성생명의 지위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은 평가익과 배당수익률이 꾸준히 동반 상승한 우량한 투자자산으로 삼성생명 입장에선 이만한 투자자산을 찾는 것은 어렵다.
특히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신계약 감소와 이에 따른 운용자산 성장 둔화 그리고 금리 하락에 따른 보유이원 하락 등 업계 어려움이 현실화되는 과정에 놓여있다. 그만큼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것만으로도 주식시장에 혼란이 야기 될 만큼 큰 이슈로 부각 될 수도 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먹혔던 것은 삼성전자 지분 등 안전한 투자처를 통한 충분한 투자수익을 얻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대체투자를 찾긴 찾겠지만 때에 따라선 과거와 다른 삼성생명 체력이 여실이 느껴질 만큼 모험”이라고 바라봤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