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최전선이라더니” … 고군분투만 강요하는 환경, 임금도 최저 수준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보험업계에서 콜센터는 빼놓으면 안될 만큼 소비자 민원의 최 일선을 담당하고 있으나 정작 비정규직인 탓에 대우는 못 받고 졸지에 코로나19 재 확산 근원지로 급부상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하청콜센터노동자 … 보험사마다 우수콜센터 선정 받으려 안간힘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던 보험사 콜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 확산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구로에 위치한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벌어진 집단 감염으로 콜센터 등 집단으로 일하면서 비말전파가 쉬운 직장 환경의 빠른 감염은 심각한 문제로 퍼질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보험사 콜센터는 2m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고 일을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강구됐고 일부는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활방역에 접어든지 한 달도 안 지난 시점에서 재차 감염사태가 터졌다.
신호탄을 터트린 곳은 KB생명 전화영업 보험대리점(TM채널)이다. 지난 달 26일 첫 확진자가 나와 전 직원 전수조사로 7명의 확진자를 확인했고 지난 3일엔 자가 격리 중에 5명이 추가 감염 된 것으로 나타나 지금까지 KB생명에서만 총 12명이 확진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은 AXA손해보험으로 지난 2일 콜센터 직원 1명이 코로나19로 판명되자 같이 일했던 콜센터 직원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직원가족 5명 모두 확진됐고 자가격리 중 콜센터 직원 2명이 더 확진됐다. 아직 2주 격리 기간이 끝나지 않아 추가 감염우려마저 높다.
이처럼 콜센터 집단 감염이 근절되지 않은 건 콜센터 내 지침들이 한 달 사이 보건당국이 정한대로 따르지 않았던 것이 한몫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AXA손해보험이다.
AXA손해보험에서 일하는 콜센터 직원 A씨는 방역당국의 지침대로 2m거리두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분리벽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역학조사를 통해 진상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보험사의 콜센터 역할은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보니 매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주관으로 한국산업 서비스 품질지수(KSQI)에 콜센터 부문도 나눠 수상을 한다.
나름 보험사들도 매년 우수 콜센터에 뽑히기 위해 자체적으로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고 조사기관에선 매 분기 25콜씩 전화모니터링을 통해 심사를 진행해 지난 5월 말에는 우수콜센터로 선정하기도 했다.
◇ “소비자보호 최전선이라더니” … 고군분투 못할 환경에 임금도 최저 “한숨만”
우수콜센터로 선정 되도 소비자 보호 최일선에 나선다는 명목으로 콜센터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단순히 허울 좋은 명목으로 감당하기엔 이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명을 받았을 뿐 앞선 AXA손해보험 콜센터와 같이 방역지침이 내려왔음에도 이를 회사가 안 지켜도 정작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하거나 하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75%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이들의 계약형태 다수는 용역 및 도급업체에서 파견 근로하는 경우가 무려 60.4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콜센터 하청업체가 대형화 되면서 정작 노동자들은 플렛폼 노동자로 전락해 직접적으로 보험사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실제 사무금융노조가 조사한 AXA손해보험 업종별 사무면적은 1제곱미터 당 0.59명으로 본사직원은 0.39명, 보상사무실은 0.2명에 비하면 엄청 좁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콜센터 중 정규직 직원이 있는 업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하청 노동자들만 구성 된 콜센터 작업장보단 코로나19 대응에 적극 나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순환근무를 하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체 콜센터 직원 중 정규직 비율은 고작 8.6%로 금융당국이 콜센터 관리에 필요한 직원들에 한해서 정규직 직원으로 반드시 고용하라고 명령한 최소 인원들만 있어 다수의 콜센터 업장에 이들이 전진배치 되기는 힘들다.
즉 하청 콜센터업체에 파견되고 파편화 된 플렛폼 노동의 결과물이 열악한 콜센터 노동환경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가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억울한 족쇄를 차게 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임금수준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원청에서 하청으로 하청에서 고용 되는 저임금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보호라는 허울 좋은 명목에 비해 대우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업들이 콜센터 숙련 형성에 필요한 비용을 내부 채용 대신 하청에 전가하면서 숙력도를 책임지지 않다보니 원청이 책임 질 필요 없는 저숙련 노동자로 만들었다”며 “낮은 고용안정성과 저임금 노동과 잦은 이직 등 노동조건 개선은 요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