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부진, JB금융에게 밀려 지방금융 2위... 지방금융사 가운데 순익 '꼴찌'
‘코로나19’ 사태, 금감원 제재 불이익 수습 등 ‘발등에 불’... 앞날은 안갯속
은행권 최초 ‘차기 은행장 자체 양성 프로그램' 성공 여부 ‘주목’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DGB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선두주자였던 과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그같은 막장한 임무를 안고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벌써 취임 2년째다. 지금 김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 실적 회복과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이 그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없고 실적은 저조하고 앞날은 캄캄하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사실상 올해가 첫 임기 마지막이다. 2018년 5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과의 경쟁을 거쳐 DGB금융지주 사상 첫 외부 출신으로 회장에 영입됐다. 대구지역 상공인들의 후원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의 지역영업과 소매금융업무, 금융지주 경영관리, 보험사 사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만큼 금융업 전반에 대한 업무능력이 뛰어난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 회장 취임 당시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와 채용비리 혐의 검찰 수사, 은행 본점 계약직 여직원 성희롱 갑질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로 엉망친장이 그 자체였다. DGB금융과 대구은행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역 경제계의 염원과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DGB금융. 대구은행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지방금융사들 가운데 순이익 '꼴등'을 기록했다. 또 금감원의 제재로 인한 불이익도 '발등의 불'이다. 업친데 겹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대구. 경북지역 경제 기반을 초토화 시키면서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금융계 중론이다.
현주소는 숫자가 말한다. DGB금융은 지난해 3274억 원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4.6% 추락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내우외환으로 비틀거리며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특히 JB금융에게 밀려 지방금융 2위 자리까지 내주면서 '꼴찌'로 떨어져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럼 올해는 어떨까? DGB금융의 올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금융계 예상이다. 특히 지난 2008년 판매한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금감원의 강력한 제재가 부과되면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에 투자상품 손실보전 및 이익제공 금지 위반, 예금잔액 증명서 부당발급, 허위자료 제출에 의한 검사업무 방해 등으로 기관경고를 내렸다.
물론 2018년 5월 취임한 김 회장은 해당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나 금감원 제재로 인한 불이익을 수습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대구 지역을 강타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대구은행의 영업기반은 허물어지고 있다. 불가항력이지만 CEO로서 책임은 피해 갈 수는 없다.
금융계에서는 "DGB금융의 실적이 2년 연속 부진할 경우 김태오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라며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한다면 연임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포스트 DGB금융지주 회장 대안이 없기 때문에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은행 내외부 목소리도 있다.
DGB금융과 김 회장의 또 하나 미션. 지금 DG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차기 대구은행장을 공개적으로 내부에서 키우는 사상 초유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그 시한은 올 연말이다. 은행권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주목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을 결정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국내 금융권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장기간 은행장 공석에 따른 리스크가 얼마나 큰가를 경험한 결과다. 다양한 과정을 거쳐 연말 차기 대구은행장 숏(shot) 리스트를 선정했다. 그 결과 최종 후보군은 황병욱 부행장보, 김윤국 부행장보, 임성훈 부행장보 등 3명으로 알려진다.
DGB금융이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 과정을 만든 까닭은 구구절절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2018년 3월 박인규 전 회장 겸 은행장이 물러난 지 10개월여 만이자 2018년 5월 김경룡 당시 회장 직무대행이 대구은행장으로 내정됐다가 같은 해 7월 자진해 사임한 뒤 8개월여 만에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김 회장에게 DGB금융그룹 권력이 집중될 것을 우려해 대구은행장 겸직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은행 출신 행장 선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지역에 기반을 둔 시민단체와 상공인들이 김 회장의 겸직을 지지하자 결국 겸임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대신 김 회장은 2010년 12월까지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현직 대구은행 임원 가운데 한 명을 차기 은행장으로 육성키로 약속한 것이다.
DGB금융에게는 올해 시간이 별로 없다. 김 회장에게 주변 상황은 만만치 않다. 회장으로 영입될 당시 언론에 "귀하신 몸, DGB금융 김태오 회장 ... 사택제공 파격대우 눈길"라는 해드라인이 장식될 만큼 '황제연봉' 시비가 있었다. 은행장 겸직 과정에서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에 따른 앙금도 잠시 숨고르기 상태다. 대구은행 출신이 아니라고 '진골, 성골'을 따지는 내부분위기도 부담이다. 여기에 김 회장은 취임 직후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채용비리 혐의 등을 말끔히 털어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인적쇄신을 실시했고, 결국 2018년 6월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임원 17명이 일괄 사표를 내고 6명만 재신임된 바 있다. 결국 11명의 임원이 은행를 떠났던 과정의 반목과 갈등, 법적분쟁 등 후유증도 잠목상태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DGB김태오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고 대구은행과 금융그룹의 실적을 반등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반전을 이룰 것인가? 특히 김 회장이 장기성과연동형 보상주식, 장기성과연동 현금보상 등 상당한 보수를 받는다는 비판도 존재하는 측면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용오 편집인 news@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