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으면 금융사 임직원에게 고의·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는 '면책추정제도' 도입

[FE금융경제신문= 정성화 기자] 코로나19로 일선 현장에서 대출 수요 폭등이 지속되자 대통령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도하지 않은 과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이에 금융당국이 금융부분 면책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이나 혁신금융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대출 또는 보증이 부실화되더라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없다면 고의로 보지 않는 '면책추정제도'가 도입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금융부문 면책제도를 전면 개편해,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코로나19 금융지원 및 혁신금융 등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수 있도록 뒷바침 하겠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부문 면책제도 전면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100조원+α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후속조치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일 민간·정책 금융기관장을 불러 모아 열은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일선 창구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과실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책임을 묻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바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명확한 면책대상 지정, 면책요건의 합리화, 면책절차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시 피해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 업무, 여신·투자·핀테크 등 다양한 혁신금융 업무 등이 감독규정상 면책대상으로 지정된다. 금융위는 제도운영의 탄력성 제고를 위해 면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추가적으로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자사의 특정업무가 면책대상인지 애매한 경우, 사전에 면책대상 지정을 신청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된다. 금융회사 신청이 있으면 금융위 면책심의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면책대상 해당여부를 즉각 회신해줄 계획이다.
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으면 임직원에게 고의·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는 '면책추정제도'도 도입된다.
그간 금융회사 임직원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간주돼 고의·중과실 요건 등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으나 사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법규·내규상 절차에 비춰 중대한 하자가 없으면 고의·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키로 했다.
소비자피해, 시장 안정성 저해 등 한정된 경우에만 면책이 배제되는 것으로 고의·중과실 외 면책요건도 합리화한다.
배제되는 경우는 특별히 참작할 사유가 없음에도 금융소비자에게 중대한 손실이 야기되거나 금융시장의 안정·질서를 크게 저해한 경우,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및 부실전이 방지 등을 위한 대주주·계열사 거래 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 등이다.
또한 면책제도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금융위·금감원에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면책위원회도 신설된다. 금융유관기관, 연구기관·대학, 판사·검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에서 근무경력이 10년 이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아울러 금융회사·임직원이 직접 면책을 신청할 수 있는 면책신청제도를 도입, 적극적인 면책제도 활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정 대출·투자 프로그램 등의 면책대상에 해당여부를 알기 위해 금융위에 면책대상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검사과정에서 제재대상으로 지적을 받은 경우, 면책에 해당함을 항변하기 위해 금감원에 면책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면책제도 개편에 맞춰 금융회사 자체 면책시스템도 정비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담았다. 금융사 내부에도 다양하고 중립적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면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당사자의 면책신청권을 제도화한다. 금융위 면책제도와 정합성을 갖춘 자체 면책시스템을 구축·운영중인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금감원 검사시 금융회사의 자체 면책판단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개편안이 일회성 제도개선에 그치지 않도록 금융위·금감원·금융회사 협의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한다.매년 말 금융위 정례회의에 연간 면책제도 운영결과 및 개선 필요사항 등을 보고토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지조치와 비조치의견서, 인허가 컨설팅도 활성화한다.
경미한 위법·부당 행위는 제재로 연결시키지 않고, 금감원 검사반장이 현장에서 시정·개선·주의조치 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현지조치를 활성화한다.
처음에 현지조치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제재과정 중 현지조치로 변경될 수 있도록 현지조치 통보 가능기간도 확대된다. 지금은 검사종료후 60일 이내에만 가능했지만, 앞으로 제재심 심의 전에는 언제든 가능하다.
또 선제적 비조치의견서 도입을 통해 비조치의견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비조치의견서란 금융회사가 수행하려는 행위에 대해 금감원이 향후 제재조치 등을 취할지 여부를 사전에 회신해주는 문서를 말한다. 향후 금융회사의 별도 신청이 없더라도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비조치의견서를 제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속한 시일 내 시행세칙 개정을 마무리해 가능한한 빨리 개편 면책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성화 기자 jsh12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