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 및 IFRS17 도입 여파 … 자본 확충에도 해결 어려워 요구 이어져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FE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장기 저금리 여파에 업계 생존을 고민해야 할 만큼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오랜 요구로 인해 금융당국이 보험부채를 감축 및 조정할 수 있도록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 저금리 장기화 및 IFRS17 준비 여파 … 자본 확충에도 해결 어려워 요구 이어져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금융감독원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4차 회의를 열고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 (K-ICS)도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동재보험을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공동재보험이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이외 저축보험료 등 일부를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위험 외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까지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방안이다. 원보험사는 보험상품에 내재된 손실위험을 재보험사에게 전가하고 재보험사는 전가 받은 위험(보험료 또는 책임준비금)에 대해 원보험사와 함께 책임을 분담한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의 오랜 요구 더불어 코앞으로 다가온 IFRS17 및 K-ICS 등 새로운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과거 고금리로 팔았던 저축보험판매 여파로 아무리 자본을 확충해도 부채를 감당키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려왔다.
실제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손을 걷어 부치기도 했으며 장기국채에 대한 투자를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장기국채 거래비중 자체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후순위채 발행 금리마저 상승추세로 돌아서 자본확충 자체도 제한적인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 상황까지 몰리자 답은 보험부채에 대한 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할 방안이 급부상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자칫 부채 떠넘기기가 된다는 발상으로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은행 위주 사고에서 법안이 만들어진 탓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을 감안해 자본 확충을 위한 보험사의 노력을 인정하고 보험부채를 줄일 수 있는 공동재보험 도입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게 됐다.
◇ 보험사 특성 따라 공동재보험 방식 달라 …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 필요

기존 전통적 재보험의 경우 원보험사의 위험보험료만 재보험사에게 출재해 보험위험만 이전하지만 공동재보험은 위험보험료에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 모두 이전해 보험위험 및 금리위험까지 전가할 수 있다. 게다가 전통재보험은 1년 단위 갱신형 계약이라면 공동재보험은 장기보험계약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전통적 재보험을 대체하는 공동재보험에서 또 다시 두 가지의 유형의 공동재보험 방식이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각사 상황에 알맞은 공동재보험 방식을 선택해 운용할 수 있다.

우선 일반적인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보유했던 운용자산과 책임준비금(부채) 모두 재보험사에 이전하고 동시에 재보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이 유형은 운용자산을 재보험사에 이전한다는 점이 포인트인데 재보험사가 자산운용에 강점을 가진 경우 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서다. 당연히 자산운용 능력이 높을수록 재보험료 산정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운용자산이 이전되면서 재보험사 파산 등 신용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고 계약자 배당 등 의사결정에 있어 제약이 크다.
이를 보완한 것이 두 번째인 변형 된 공동재보험이다. 유럽식으로도 불리는 이 방안은 원보험사가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운용하며 재보험사에는 책임준비금(부채)만 이전한다. 이에 원보험사는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책임준비금만큼 미지급금으로 회계처리하며 재보험사는 미수급으로 회계처리 된다.
이를 통해 원보험사가 운용자산을 계속 보유하면서 신용위험이 감소하고 계약자배당 등 의사결정은 용이하나 공동재보험 구조가 복잡하고 자산운용수익 중 일부를 고정금리로 재보험사에 지급하면 금리 위험 전가가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유형에 따라 복잡한 회계방식을 적용하는 탓인지 금융당국은 회계처리방식이 보다 명확화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공동재보험 거래 시 원보험사는 원가로 평가 된 원보험사의 책임준비금은 시가평가 뒤 재보험사로 이전되는 데 그 차액의 회계처리방식을 규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원보험사는 차액을 선급비용(자산)으로 인식한 후 계약기간동안 상각해 비용처리하고 재보험사는 선수수익(부채)으로 인식하며 계약기간동안 상각해 이익 처리한다. 다만 변형된 공동재보험의 경우 원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지급하는 이자(변형 된 공동재보험은 책임준비금에 상응하는 운용자산을 원보험사가 계속 운용하므로 이에 대한 이자를 재보험사에 지급하는 것) 에 대해 원보험사는 지급경비(사업비)로 재보험사는 수입경비(사업비)로 처리한다.
또 지급여력제도(RBC)도 개선한다. 공동재보험 거래를 통해 금리위험을 재보험사에 전가한 부분은 원보험사 금리위험 산출시 제외하거나, 일반적 공동재보험의 경우 운용자산의 재보험사로의 이전에 따른 신용위험을 원보험사에 추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한다.
◇ 장기 저금리 이어진 선진국에선 흔한 제도 … 조속히 감독규정 개정 절차 나설 것
한편 장기 저금리 여파가 이미 덮쳤던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선 금리위험 등을 헤지하기 위해 공동재보험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방안은 앞서 설명했던 방안들이 모두 사용되고 있다.
이 중 미국은 미국식 변형 된 공동재보험도 허용하고 일본은 재무재보험 등 일부거래 유형에 대해서만 규제를 부과하고 대부분 공동재보험거래에 대해서 폭넓게 허용하는 등 추가적인 공동재보험 유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공동재보험 도입초기인 만큼 편법적 거래의 가능성을 염두해 계약체결 이후 1개월 내 금융감독원에 사후보고하는 제도를 신설해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예컨데 외형상 보험위험, 금리위험 등이 원보험사에서 재보험사로 이전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 이면거래 등을 통해 사실상 위험은 이관되지 않고 지급여력비율만 상향되는 거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동시에 보험회사들에 대해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하고, 위험관리전략을 수립토록 하는 등 공동재보험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에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은 “원보험사는 보험위험과 함께 금리위험 등 시장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해 손실확대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게 된다”며 “특히 생명보험사는 금리에 대한 부채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동재보험을 통해 금리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도입을 위한 보험업 감독규정 관련 규정 개정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보험사 재무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검토가능한 모든 보험부채 구조조정방안(재매입, 계약이전 등)에 대해서도 허용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