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이콘스, 영국 리볼럿 업체 등 이미 다양한 소액금융 서비스 제공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동전 처리가 애매해 잔돈 받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금융권은 티끌모아 태산이 될 수 있는 ‘잔돈’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화폐발행잔액 가운데 동전 발행액은 연중 425억9000만원으로 지난 1998년(396억1000만원)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031억6000만원에 달했던 동전 발행액이 2016년 912억7000만원, 2017년 495억4000만원으로 4년 연속 감소세 인 것이다. 이에 한은은 지난 2017년부터 거스름돈을 선불카드 등에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동전없는 사회’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결제 시장은 동전이나 지폐 등 현금 사용이 거의 없는 ‘캐시리스(cashless)’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애물단지 취급받게 된 잔돈의 위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권이 잔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소액금융 서비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물건을 구매 후 발생하는 잔돈을 저축하고 투자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IBK평생설계저금통’을 운영 중이다. IBK평생설계저금통’은 카드 결제 시 자신이 정한 금액 또는 1만 원 미만의 잔돈을 본인의 예금 통장에서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해주는 상품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 잔돈모아올림적금’은 가입자가 미리 지정한 자신의 보통예금 계좌에서 수백, 수천 원 단위의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적금으로, 가입기간은 최대 2년이며, 금리는 연 2.8~3.0% 수준이다.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5건 중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함께 신청한 ‘소비·지출 관리를 연동한 소액투자서비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초 쯤 출시할 예정인 해당 서비스는 신용카드 소비자가 카드결제 시 발생하는 자투리 금액을 모아서 소비자 맞춤 해외 우량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회 초년생이나 금융소외 계층들이 이전보다 쉽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지난 4월 출시한 ‘토스카드’는 결제 시 1000원 미만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토스카드는 약 3개월 만에 누적 발급자 100만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핀테크 업체 티클도 소비와 저축이 동시에 가능한 소액 금융서비스를 지난 7월 출시했다.
자신의 카드를 티클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하면 결제 시 1000원 단위로 잔돈이 만들어져 자동으로 저축계좌에 저축된다.
해외의 경우에는 이미 다양한 소액 금융서비스가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2년 설립된 ‘에이콘스(Acorns)’가 잔돈금융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용자는 자사 앱과 연동된 카드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금액을 올림해 잔돈을 만들고, 이를 계좌로 이체해 투자한다.
영국의 핀테크 업체 리볼럿(Revolut)도 지난해 5월 결제금액 올림 기능을 통해 모인 자금을 활용해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작성된 ‘해외 주요 잔돈금융 서비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서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해외에서는 핀테크업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혁신적 금융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국내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이향 기자 kehcl@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