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상품 판매 자격 없는 직원이 상품 팔아다는 제보도 접수받아

[FE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최근 1조원 규모의 손실 예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사태가 ‘제2의 키코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은행권의 고위험 파생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19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3층에서 ‘DLS와 키코(KIKO)의 금융구조 설명’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은행권의 이익우선주의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시가 DLS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 발족 및 향후 제3의 키코사태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봉구 키코 공대위 위원장은 “은행원들은 13~15억의 판매수당을 챙겼지만 기업과 가정을 파괴하는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등장인물만 바꿨지 그 나물에 그 밥인 금융위원장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등 DLS 문제는 키코 사건의 연장선”이라고 규정했다.
키코는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기준 환율과 계약 금액을 미리 정한 뒤,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급등으로 인해 가입한 기업 732곳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
DLS는 주식·주가지수 이외의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비상장 증권으로, 은행들은 DLS를 사모펀드 형태로 만든 DLF(파생결합펀드)를 판매했다. 현재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영국·미국 CMS 금리에 연계된 상품으로, 약정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현재 주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DLS)은 총 8224억원 가량 팔린 것으로 파악됐으며, 특히 해당 상품에 가입한 고객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89%에 달해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나 키코와 DLS 모두 금융소비자에게 옵션매도의 위험을 전가했을 뿐 아니라 손실 가능성에 대해 개인 고객들에게 충분히 알렸는지를 놓고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대순 변호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은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이뤄내며 투자은행(IB)과 시중은행(CB)을 철저히 분리하는 쪽으로 가며 DLS 같은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금융소비자들이) 증권사에서 증권 상품에 투자할 시 해당상품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은행은 경우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비전문가인 기업이나 개인에게 원금 손실 등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면 일반인들이 위험을 인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올해 3월 이후 기업은행은 해당상품을 판매 금지했지만,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그렇지 않았다”며 “관련 상품 판매 자격이 없는 직원이 지점 성과 달성을 위해 판매했다는 제보와 성과평가지표(KPI)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DLF를 판매했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서 진행된 하나은행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4%가 자격증 없는 직원이 고객에게 상담과 가입을 권유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공대위는 청문회 준비에 돌입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키코 사태에 대한 견해 및 구제 방안과 파생결합상품 판매에 대한 생각 등을 정리해 오는 20일까지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권이향 기자 kehcl@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