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운용 해와 충격 없을 듯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증권업계도 선제적으로 채권 포지션을 조정하고 나섰다. 여전히 채권 잔고가 많은 상황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0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3분기 말을 기준으로 18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9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외화채권 보유 규모는 9천억원 이상 줄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체 채권 잔고가 22조원으로 주요 증권사 중에 가장 많았다. 올해 3분기까지 미래에셋대우의 전체 채권 규모는 3천억원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외화채권 잔고는 9천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채권에서 외화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3.8%포인트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전체 채권 잔고는 1조원 이상 늘었으나, 외화채권 잔고는 1천500억원 이상 줄었다. KB증권도 전체 채권 잔고는 2조원 늘었으나, 외화채권은 9천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전체 채권 잔고가 줄며 외화채권 보유 규모도 감소했다. 이와 함께 전체 채권에서 외화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나란히 줄어들었다.
올해 주요 증권사는 금리 인상 경계감에 듀레이션을 줄이는 등 채권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는 채권이 워낙 많아 전체 잔고를 줄이기는 역부족이었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ELS 등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이 늘며 외화채권 등의 매입도 늘어났다.
11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 증권사들의 선제 대응에도 채권 잔고가 많다는 점이 평가손실 등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 때문에 채권 포지션을 조율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 말 미국 대선 때 금리 급등으로 채권 평가손실을 보기도 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 2013년 미국의 출구전략 발표 때 채권 평가손실을 본 경험 이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왔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dohee@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