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보유주식 2%→11% 늘려 1조9000억 손실
청와대 국민 청원 "국민연금의 주식 대차 폐지하라"
국민연금, 22일부터 신규 국내 주식대여 중지 밝혀

[FE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최근 국민연금 기금 고갈 논란이 나온 가운데, 2018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 5년간 주식대여 24조8256억...대여수수료 689억 챙겨
23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국내주식 신규대여 주수는 700만주, 대여금액은 24조825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평균 주식 대여기간은 42.9일, 월 평균 대여액은 5848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통해 총 689억원을 수수료 수입으로 챙겼다.
장 의원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며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민연금이 되기 위해 국민적 요구에 따라 주식대여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국내 상장사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주식을 빌려줘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연금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포스코 보유주식 2%→11% 늘려 1조9000억원 손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7년 국민연금의 전체 보유주식의 약 2%였던 포스코 비중이 현재는 11%에 이른다"며 "누적 평가손실이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6만5000원이었던 포스코 주가는 최근 26만원대로 급락했다. 국민연금은 약 10년 동안 포스코 주식을 평균 45만원에 매입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주식이 10년 동안 장기 하락했다면 팔아야 할텐데 국민연금은 거꾸로 지분을 늘려 '물타기' 투자를 했다"며 "하락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포스코 주가를 떠받쳐온 것"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어떤 압력이 있던 게 아니라면 어떤 투자기관이 10년 동안 물타기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 청와대 국민 청원 "국민연금의 주식 대차를 폐지하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연금의 주식 대차를 폐지하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것도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실련은 "지분을 5% 넘게 보유한 상장사가 300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대여해 불법 무차입, 악성 공매도 세력들에게 활용돼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희망나눔주주연대의 의뢰하에 지난 22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만6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총 1042명이 응답한 '2018년 국민연금 쟁점현안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76.1%, 반대가 13.1%, 모름/무응답이 10.8%인 것으로 집계돼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 결정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대여 신규거래를 전격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기존에 대여한 주식은 연말까지 해소하겠다"며 "앞으로 주식 대여는 내부 검토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도희 기자 dohee@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