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저축은행들은 가계신용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통상적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할 때에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같이 높아지지만, 최근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올리면서도 대출이자를 낮추고 있어 금융권 안팎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전달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21.14%로, 지난해 12월(연 21.61%)보다 0.47%p 낮다. 반면 ‘SBI스페셜 정기예금’으로 기본이율 연 3.0%, 최고 연 3.1%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을 선보였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대출금리를 연 25.87%에서 21.68%로 4.19%p 낮췄지만, 이달부터 특별판매하는 3년 만기 상품 ‘OK안심정기예금’은 1년 만에 해지해도 약정 금리로 연 2.7%를 준다.
JT친애저축은행도 최근 대출금리를 4.75%p 낮췄음에도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0.1%p씩 인상해 조건에 따라 연 2.7~2.95% 금리를 적용해주고 있다.
이처럼 자산 기준 10위 안에 있는 저축은행 모두 6월 기준 가계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 6개월 전보다 0.11~4.75%p 내려갔다.
저축은행들이 이같이 행동하는 것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저축은행 규제에 전면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윤 원장은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도 대출 영업실태를 공개하는 등 합리적 금리산정 체계 구축을 위해 저축은행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개정하겠다고 선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 정책 기조에 업계가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시장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서민 부담 완화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저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저신용자의 연체 위험을 고려해 높은 금리를 매긴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20%가 넘는 대출금리를 문제 삼고 있어,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들의 대출을 막는다면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이향 기자 kehcl@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