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글로벌 맥락서 '다자무역·WTO 개혁' 해결 목표
17일 EU-중국 회담 WTO 논의…25일 EU-미국 회담 열려

[금융경제신문=이도희 기자]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WTO 체재로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불공정 무역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열릴 회담에서 WTO 개혁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지금의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코스피는 2200포인트대에서의 불안한 주가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으로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했다. 반등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연초 이후 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부각될 때마다 조정을 받았고, 이후 우려가 완화되면 반등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무역분쟁 우려 완화로 시장이 반등할 때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은 낙폭과대주였다. 6월 중순 이후 낙폭과대 업종 중 최근 많이 반등하지 못했고, 2분기 실적도 양호한 업종은 기계, 증권, 건설˙건축관련, 화학 등이 해당됐다. 또한 주목할 것은 6월 이후 하락국면에서도 국내 주식형 ETF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KOSPI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는 자금이 유입된 반면, 인버스 ETF에서는 자금이 유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지수의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협상 스타일로 봤을 때 주가가 일시적으로 전저점을 깨고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트럼프는 협상이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한 수단을 통해 상대에게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환율도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논리를 기반으로 계산해보면, 원달러 1120~1140원 구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설정할 수 있는 코스피 지수는 2210포인트 정도"라고 설명했다.
KB증권에 따르면 무역분쟁 자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주가도 계속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벤트를 선반영하는 주식의 특성상 향후 약 1개월간의 기간 조정을 거친 후 방향탐색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도, V-shape 반등보다는 기간조정 혹은 더블바텀 반등이 있어 왔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믿음과 역발상 전략이 필요한 구간이다.
지난달 25일 중국과 EU 집행위원회의 고위급 회담에서 EU는 중국의 반미 연합을 거절했다. 그런데 당시 정작 중요한 뉴스는 그 다음에 있었는데, EU가 제안한 WTO 개혁안에 대해 중국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WTO 개혁이란, 현재의 WTO 체재로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불공정 무역을 제어할 수 없는데,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개정하자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중국의 구도보다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하며, EU도 중국과 미국 어느 한편에 서는 것보다는 WTO와 다자주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 16일과 오는 17일에 열리는 EU-중국 정상회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때맞춰 트럼프는 WTO 탈퇴가 아니라 개혁을 원한다고 언급했으며, 이어 오는 25일에는 미국-EU 정상회의가 트럼프의 초청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제조2025'가 문제가 되는 것은 신성장산업 지원 정책이라서가 아니다. 한국도 '9대 전략산업' 등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해외기업의 차별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의 10개 산업 대부분에서 시장개방을 하지 않고, 자국기업에게만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이 문제다.
며칠 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전기차 벤츠가 중국정부 보조금 지원에서 또 탈락했다. 이는 CATL과 같은 기업을 급성장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코 공정하진 않다. 2015년 인터넷 차단 이후 급성장한 알리바바, 텐센트, 웨이보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중국은 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재 WTO 체제로는 이를 해결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EU는 WTO 개혁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미국도 이를 미국과 일대일 해결이 아니라, 글로벌 맥락 (global context)에서 다자무역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WTO 개혁은 이런 니즈와도 맞을 수 있다.
지난 12일 중국 상무부가 '중국제조 2025'를 비롯한 자국 산업정책이 해외 기업들에게 개방돼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미국과 중국의 의견차이가 큰 상황이지만, 16일과 오는 17일 EU-중국 정상회담에서의 WTO 논의는 주목해 볼만 하다. 그리고 오는 25일엔 트럼프 초청으로 EU-미국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제조 2025'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보조금을 지원해서가 아니라 차별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며 "현재 WTO 체계로는 이와 같은 불공정 행위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EU는 WTO 개혁을 중국에 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도 미국과 양자보다는 다자간의 해결을 통해 무역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고 추측했다.
이도희 기자 dohee@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