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무관심' 탈피 지진보험 활성화 가능성 주목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작년 경주 지진에 이어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장하는 예방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진전용보험’ 상품에 대한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 인근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중앙대책안전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10시 기준 포항 지진에 따른 이재민은 1536명, 인명피해는 57명, 인명구조는 12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설피해로는 주택 등 사유시설 1197건과 학교건물균열, 상수관 누수 등 많은 공공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7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한 데 이어, 포항에서도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주 지진의 여파로 포항에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지진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진 피해를 보장하는 예방책이 미비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현재 지진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풍수해보험’이 있다. 풍수해보험은 풍수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보험으로, 대설과 태풍, 호우, 풍랑, 지진 등 다양한 재난을 보장한다. 해당 상품은 5개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가 판매 중에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지진 및 붕괴 피해를 담보하는 보험가입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어 풍수해보험은 2014년 기준 계약건수가 1만2036건(보험료 115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이외에 재산종합보험, 화재보험 등 민간보험을 통해서도 지진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다. 재산종합보험은 지진을 포함해 낙뢰, 홍수, 폭발 등 모든 리스크에 담보를 제공하고 대부분의 손보사에서 판매 중에 있지만 화재보험보다 가입률이 더 미미하다. 화재보험에서는 기본 계약에서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고 ‘지진담보특약’을 통해서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풍수해보험은 2014년 기준 보험료가 191억원에 불과하다. 화재보험도 2015년 기준 47만4262건 중 지진 특약에 가입된 계약은 2893건으로 가입률이 0.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점이 불거지는 가운데, 작년 경주 지진이 발생하면서 당국은 올해 초부터 보험 유관기관 및 손보업계와 함께 ‘지진보험 TF’를 가동하고 지진전용보험 상품 도입에 착수했다. 그러나 저조한 상품 가입 수요와 요율 산출의 어려움 등으로 상품 출시는 무산됐다. 대신 지진담보특약을 확대하고 가입 활성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결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지진담보특약 가입자도 현저히 낮은 상태에서 지진전용보험 상품을 출시한다 해도 가입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던 것 같다”며 “잇따라 발생한 지진을 통해 이를 대비하고자 하는 가입자의 수요 증가와 지진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지진보장상품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진으로 다쳤을 경우 상해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지진 피해로 인해 사망했을 경우에도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약관상 자연재해를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파손된 자동차라도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없다.
손규미 기자 skm@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