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풀리지 않는 숙제 '모험자본 육성' 성공 기대감
[창간특집] 풀리지 않는 숙제 '모험자본 육성' 성공 기대감
  • 장인성 기자
  • 승인 2017.09.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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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날개 달고 성공 기대감

(금융경제신문 장인성 기자)국내의 모험자본은 이미 오래 전인 1980년도부터 중요성을 알아 시장 규모면에서는 현재까지 크게 성장했다. 다만 이는 양적 성장에 그친 것이고 모험자본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정책적인 시각이나 제도 및 규제체계 정립노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특히 한국의 인구구조가 급속한 고령화로 전환되면서 수십 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산업의 국제 경쟁력마저 하락시키고 있다. 또 사회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저하 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신규성장과 주식시장 참여자도 감소하는 등 많은 문제들이 모험자본을 질적인 성장으로 채워야 한다는 외침으로 귀결되고 있다. 

 

 

모험자본 육성 저성장 돌파구…회수 연계구조 시급

험난한 출범 초대형 IB…업계·정부 서로 통해야 살길

자본시장법 개정 천재일우 기회…해외 롤 모델 필요

본래 목적이 부동산 PF?…최종구 금융위원장 쓴소리

육성해야할 필요인력 다수…다양한 배경 경력자 필수

성공으로 나가야할 자본시장 역할…적극 혁신해야

 

 

현재 한국경제에 모험자본이 필요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고착화 된 저성장의 늪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목적이 고용창출인 점을 감안한다면 모험자본은 혁신에 필요한 자본을 제때 공급해 국민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즉 금융시장이 경제성장에 기여경로는 혁신이 답이 된다는 뜻이다. 

경제발전이 진전될수록 규모의 경제 혹은 범위의 경제에 중요성은 감소하지만 반대로 혁신적 아이디어가 생산성 증대와 제품 및 시장의 창출로 이어질 때 비로소 경제성장도 구체화 될 수 있다. 이렇듯 혁신의 관점에서 성장성을 갖춘 혁신기업의 발굴은 모험자본의 선순환 체계의 핵심이 될 만큼 중요한 과제다. 

국내 모험자본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핵심 주체는 벤처캐피탈로 2005년 모태펀드 출범을 계기로 국내 모험자본시장의 중추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아 민간 출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점이 강조 되는 이유는 한국의 경우 사적시장과 공적시장의 연계구조가 구축·정착되는 단계이므로 창업-성장-성숙의 기업 성장 사이클에 따라 엔젤-벤처캐피탈-인수합병-정규주식 시장으로 이어지는 모험자본 투자와 회수의 연계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지난 15일 원광대 송치승 교수는 벤처투자 정책토론회자리에서 “혁신적 자본시장의 역할이 부족해 벤처자금의 선순환 체계가 미뤄지고 있다”며 “회수시장의 부진을 해결해 실질적인 시장주도의 벤처자금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를 달성한 뒤 민간 주도의 벤처캐피탈 시장으로 변모해 나가야 하고 벤처기업의 창업과 퇴출로 연계 되는 생태계의 작동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 발전 도모 가능 

모험자본시장의 다양한 거래는 결국 수요 진작을 불러 올 수 있어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데 이 대표적인 방법이 투자은행 설립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정 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기자본금이 4조원이 이상이 될 경우 초대형 IB를 설립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 된 바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을 하자마자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은행대출 위주로 이뤄져 자본시장 투자 중심의 모험자본 기능이 취약하다”며 “초대형 IB를 포함해 모험자본 공급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외침에 현재 국내 초대형 IB 신청사들 입장에서 정부의 구호가 난처하기 이를 데 없다. 처음에는 자기자본을 확충 할수록 규제를 풀어줄 것처럼 이야기 했으나 실제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별 게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내세워 사실상 초대형 IB의 출범 자체를 못하도록 가로 막고 있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신청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징역형을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삼성증권 주식을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아들이라는 특수 관계로 본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 같은 시그널은 시장 전체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초대형 IB로 사업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초대형 IB 신청 증권사들도 바짝 엎드리며 선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시장에게 건네는 경고가 모험자본 확충이라는 시대적인 과제를 점점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IB사들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정부가 원하는 만큼 많은 형태의 모험자본이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이는 회사가 많아질수록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똑같은 수익구조에서 답을 찾기보다 각기 특화 된 분야를 개발하고 발굴할 것이기 때문에 질적으로 성장한 모험자본 공급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최근 초대형 IB 선정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아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던 기업들과 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들로부터 기업 발행어음 신청 관련 문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시장에서 초대형 IB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오랜 숙원 해소 

자본시장법 개정이 오랜 금융투자업계 숙원이었던 만큼 정부나 시장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에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는 초대형 IB사들을 롤 모델삼아 전략을 짜고 있다. 

우선 그 모델 안에는 골드만삭스가 우선적으로 들어가 있다. 초창기 어음 할인 가게에서 시작해 현재는 자본금 규모만 102조원, 운용자금만 해도 1조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금융시장의 큰 손이다. 

이 같은 골드만삭스의 성공 비결에는 기존 제도권 은행들이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익으로 수익을 올리며 소위 돈이 돈을 버는 장사에 안주했던 것과 달리 철저하고 더 공격적으로 모험적인 투자로 세계 최대 투자은행 반열에 올라 설 수 있었다. 

초대형 IB를 준비하고 있는 IB사들도 골드만삭스 모델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미래에셋 대우의 경우 머천트 은행부분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는 양질의 자산에 투자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은행의 가장 진보한 형태로 보면 된다. 또 MED는 소수 정예 인력으로 구성 돼 있으면서도 골드만삭스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GE의 온라인은행사업 인수 자산운용 강화, IT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모델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노무라 증권을 롤모델 삼았다. 이유는 IB와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을 확대할 때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IB나 트레이딩 등 홀 세일 비즈니스는 손익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리테일 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안정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비즈니스 확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혁신기업 발굴 소극적 관행 질타 

지난 4일 최종구 위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기업 성장과 투자자의 이익보다는 업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 온 측면이 크다”며 “벤처·창업 생태계를 선도해야 할 투자은행과 금융투자업계는 혁신기업 발굴 육성에 소극적이고 부동산 PF금융 위주의 보수적인 영업 관행을 보이며 시장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초대형 IB사들 행태를 지적했다. 

사실 앞서 이야기 해왔던 바와 달리 초대형 IB사들이 모험자본에 뛰어 들겠다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PF 규모에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초대형 IB사들의 조달 자금의 30%까지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자기자본 상위 5개사가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총 14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 

덕분에 정작 모험자본 육성의 취지만 무색해지고 결국 돈 되는 PF 사업에 혈안이 되는 결과로만 비춰져 증권업계 스스로 비판 대상에 올라 화를 자초한 꼴이 됐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잠재적인 부채 비율이 돼 증권사가 순식간에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한 몫 했다. 

현재 채무보증규모가 큰 대형사들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순이며 이들이 전체 부동산 PF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2017년도 1분기에만 16조2300억원에 이르고 있어 시장과 정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대형증권사, 신용평가사들과 함께 우발채무 위험지표 개발에 나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PF대출시장이 단순히 부동산PF로만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보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본시장 연구원이 지난 5월에 발표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PF투자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PF시장에서 에너지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하락으로 인해 부동산 건설 위주의 PF 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사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국내는 물론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PF시장은 새로운 대안으로 되고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규모가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자금조달 방식 또한 기존 대출 위주에서 PF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며 국내 금융사들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PF투자에 관심을 갖고 발굴하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종은 선임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는 관련 사업 특성상 정부의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때에 알맞게 문재인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관련 PF시장의 규모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요한 인력 육성 부족 현실 

모험자본 육성이라는 취지아래 다양한 제도가 도입이 되고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인력들의 육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형IB사들 실질적으로 당면한 과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글로벌 투자, 모험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마인드의 부족이다. 즉 위험을 관리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공격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를 전개할 고급인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실질적으로 맞은 인원을 찾는 게 쉬워보이진 않는다. 

또 벤처캐피탈의 경우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금융업 출신들이 많아 특정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심사와 사후관리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에 놓여있다. 

해외 모험자본 시장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배경에는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를 읽어내고 적시적절하게 기술동향들을 파악해내는 인력들이 있어 가능하다. 그러므로 첨단산업의 기술동향 및 사회 트렌드를 잘 분석해내고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제시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경력자들을 결국 발굴해내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벤처 1세대 경영인들이 뜻을 모아 투자기업 발굴 및 창업 노하우 전수를 통한 후배 창업가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인력을 양성하는 데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패러다임 변화 자본시장에 달려 

지난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혁신을 강조하면서 “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 성공은 자본시장에 달려있다는 각오로 자본시장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시장은 생산적 금융의 중요한 축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한다”며 “원칙 중심 규제는 현재 규정중심 규제와 차별화하는 규제로 시장 참여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촉진 시킬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혁신적으로 금융으로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은 앞으로는 규제를 효율적으로 줄여나가고 원칙중심의 규제로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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