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경기위축에 대출로 운영자금 마련...금리인상 '직격탄'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고금리 이용자와 고액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이어 이르면 연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등 전반적인 가계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시중은행의 전반적인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대출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고금리 대출시장인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시간 15일 새벽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을 결정하자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0.01%포인트 가량 일제히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전국은행연합회가 고시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전월에 비해 0.01%포인트 상승하면서 은행들도 일제히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0.01%포인트씩 인상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말 연 2.81~4.12%에서 이달 20일 현재 연 2.82~4.13%로 상승했고, KB국민은행은 연 3.09~4.29%에서 연 3.10~4.30%로 올랐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3.01~4.09%→3.02~4.10%)과 우리은행(3.16~4.16%→3.17~3.58%) 등도 금리가 오름세를 보였다.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가계신용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KEB하나은행 신용대출 상품인 ‘행복투게더프리미엄주거래 우대론’ 금리는 지난 15일 연 3.314~4.514%였으나 20일에는 3.318~4.518%가 됐다. 농협은행 신용대출 상품인 ‘신나는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 역시 1등급 기준 12일에는 3.37~3.77% 수준이었는데 20일에는 3.39~3.79%로 0.02%포인트 올랐다.
시장에서는 변동금리 오름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연내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 중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이르면 연말께 기준금리 동결기조를 깨고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들어 가계·기업 등이 비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고금리 이용 서민에게는 대형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제외한 지난 4월 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62조2869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된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넉 달 사이 37조7445억원(5.2%)이나 늘었다. 이는 작년 1∼4월 증가액(29조373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이런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증가액이 사상 최대인 작년(87조7581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은행권이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도입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 등 대내외 여건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지난 4월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연 3.42%(신규취급액 기준)다. 저축은행(10.77%), 신용협동조합(4.66%), 새마을금고(4.01%), 상호금융(3.93%) 등 제2금융권의 일반대출 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서민·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았음에도 시중 금융기관들이 금리를 미리 인상하는 바람에 소득이 낮거나 부실 위험이 높은 계층을 중심으로 이미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취약차주는 고금리·비은행대출 의존도와 단기대출 비중이 높아 소득 대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상당히 높다”고 우려했다.
또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출혈경쟁에 따른 소득 감소와 폐업에 직면한 영세자영업자들의 몰락이 가계 부실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609조4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잔액은 270조1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2조원이나 늘었다.
자영업자대출은 올해 1~5월 총 9조1000억원 확대됐다. 월간 증가액이 3월 1조9000억원, 4월 2조2000억원 등 매월 2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1억1300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7700만원)의 약 1.5배에 달했다.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임금 근로자보다 소득이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창업과 폐업도 빈번해 안정적인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대출금리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급격한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소폭의 금리 상승이 자영업자의 폐업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은이 자영업 폐업률을 모형화해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0.1% 포인트 오를 경우 폐업위험도가 7∼10.6%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가 10.6%에 달했는데, 영세자영업자들이 집중된 치킨집과 소규모 식당 등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한은의 '자영업자대출 건전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가 은행 등 전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은 48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대출금리가 0.01% 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은 연간 48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제2금융권 등으로 몰리면서 비싼 이자를 내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불황 속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생계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사선 기자 bankworld@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