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금융수장 인선 이후 진전 있을듯

(금융경제신문 장인성 기자)7월 초대형 IB출범을 2주 앞둔 증권사들은 기대감에 부풀러 올라도 모자를 분위기지만 지난달 12일부터 받기 시작한 ‘초대형 투자은행 IB 지정 및 단기 금융업 인가’ 신청 서류 접수를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5개 증권사가 이미 초대형 IB 신청 자격을 갖췄음에도 망설이는 징후에 벌써부터 증권업계에서는 이러다 연내 출범도 위태로워지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내비쳤다.
◇정권 바뀐 후 더 까다로워진 심사…통과 될지 미지수
자기 자본규모 6조 7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7월에는 과거 경남기업이 소유했던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 증권을 공모가 아닌 사모펀드로 발행해 과징금을 20억원 받은 이력도 논란이 됐다. 덕분에 정치권에선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미래에셋대우 방지법’마저 발의했다. 또 이전에 합병한 대우증권이 지난 2009년부터 2015까지 취급한 일임형 CMA자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받은 이자수익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챙겨 ‘기관경고’ 조치까지 받았다.
문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되는 신규 사업의 경우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는 경우 신규 사업 진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단기금융업 진출을 위한 금융당국의 인허가 과정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다.
삼성증권도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지난 3월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조치를 받아 이미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걸렸다. 자본시장법 관한 법률에 의하면 최대주주가 최근 1년 사이 ‘기관경고’ 이상 징계를 받을 시 대주주 결격사유로 인정 돼 사업이 제한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계열사로 있던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2월 채무지급 불능사대로 파산을 맞은 점이 문제시 됐고, KB증권은 과거 현대증권 불법 자전 거래로 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들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 정권과 코드 안 맞아 IB 인허가 가시밭길 예고
새 정부가 박근혜정부의 초대형 IB육성 방안을 그대로 가져갈 지도 미지수인데다 금융위원장 인선도 지연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사 IB업무 관련해서 은행권에서 지속적으로 반발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한다고 해도 연내 문제가 있던 증권사들에게 인가를 허가해 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NH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초대형 IB관련 업무를 시작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며 “초대형 IB의 특혜 중 하나인 발행어음을 가장 빨리 출시할 것으로 예상 돼 시장의 선두를 차지할 기틀을 마련한 셈” 이라고 말했다.
◇큰물만 물은 아니다…여유 갖고 차별화 전략
상대적으로 자본규모가 큰 증권사들이 초대형 IB진출에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중대형 증권사들은 대형 증권사들의 관심과 달리 초대형 IB사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신한금융투자증권 관계자는 “굳이 초대형 IB로 나갈 생각이 없고 현재 자본금 가지고도 충분히 IB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증권의 경우 신한금융그룹 모든 계열사의 IB조직들을 통합했다. 지금까지 은행과 증권 중심으로 구성 된 기업투자금융에서 더 나아가 생명, 캐피탈 IB조직까지 결합한 GIB 시스템을 구축해 IB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방안을 짰다.
자본금 2조3000억원의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2020년에 종료되는 종금 라이선스를 다시 취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서 더욱 자기 자본 확충과 초대형 IB 진출에 관심을 있어왔다. 요즘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들이 많기 때문에 인수를 하게 되면 단 번에 자기 자본 3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해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현재까진 사측에서 중소형증권사들을 매수할 의사는 없다. 그리고 지금도 종금 라인선스가 있어 이미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중이고 2020년까지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본다”고 답하며 “다만 가격이 낮아질 경우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치열해지는 대형 IB 경쟁보단 저축은행을 비롯해 계열사를 늘려 시너지를 확대해 가는 방향으로 간다. 대신저축은행, 대신 F&I 등 주력 계열사를 모두 인수합병으로 편입해 수익 모델을 늘려가고 6개 자회사 지분을 100%소유 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비은행 육성 전략이 언제부터 가동될 지가 관건이며 하나금융은 비은행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이 작년 말 기준 20% 미만으로 신한이나 KB금융을 비롯한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고 격차도 더 벌어지는 상황이라 비은행 계열 육성이 절실한 편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특화 증권사로 전환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바라보며 투자 여력 확대를 위한 수익성 증대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