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이베스트 아직은 여유 '매각 적기' 탐색

(금융경제신문 장인성 기자)SK가 지난 8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 금지 규정에 따라 올해 8월까지 SK증권 지분 전량인 10%를 처분해야 한다. 기한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아 촉박하지만 선뜻 나서는 매수자들이 없어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이번에 처분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지불해야 된다. 또한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 증권과 이베스트 증권 등 M&A 대상이 가능한 중소형증권사들이 이미 있어 좀 더 가격이 싸고 메리트가 좋은 쪽으로 매수를 할 예정이다.
◇SK증권 지분 10%만으로도 경영권 확보…PE부분만 원해
중소형증권사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증권사라면 바로 SK증권이다. 10%의 지분만 얻어도 경영권을 확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의 주식을 단순히 주가로만 계산하면 15일 기준으로 약 536억원에 지나지 않아 매물로 나와 있는 이베스트 투자증권(3000억원), 하이투자증권(5000억원) 보다 매각가가 싼 것이 장점이다.
이와 같은 조건으로 일찍부터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초대형 투자은행 IB 출범을 겨냥해 자본금 4조원 대 아래 중대형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SK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 기대감이 높은 만큼 사겠다는 풍문도 여러 곳에서 나왔으나 실제 매수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없다.
이에 해당 되는 한 중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M&A를 하려면 기존 업무와 중복 되는 것들이 많아 오히려 나중엔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년 전 매물로 나왔던 현대증권이나 우리투자 증권 같은 대형증권사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으로 타 증권사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증권사 중에서 가장 포트폴리오 사업능력이 우수한 PE사업부를 지니고 있어 관심 있는 원매자들은 많다”며 “차라리 PE부분만 따로 매각하면 좋을 것”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여유로워진 하이투자 최대 4년 연장
하이투자증권은 명예퇴직까지 진행하면서 매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현재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SK증권처럼 공개매각 대신 개별적 의사를 타진한 인수자를 찾아 협상 진행하는 프라이빗 딜 형식으로 진행해오고 있다”며 “매수자가 희망하는 가격 범위에 들어온다면 곧바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의향을 타진한 곳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하이투자증권 입장에선 매각이 그리 급하진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SK증권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2년 유예기간 동안 금산분리법이 금융사인 하이투자증권에 적용되지 않고 유예기간을 최대 2년 연장을 할 수 있어서 최대 4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중공업 그룹이 조선사 위기 당시 자구책으로 마련하며 매각에 나섰던 때와 다르다는 점도 한몫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지금보다 가격을 인하하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현대중공업에서 투자한 돈이 있어 매물가치를 높여 파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시간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EY한영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매각자문사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며 “실적만 개선되면 곧바로 시장에선 반응이 올 것”이라고 답했다.
◇끝내 매각 못한 이베스트…8월 다시 재개
지난 12일 이베스트 투자증권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던 아프로서비스그룹이 LS네트윅스와 가격 접점을 좁히지 못하면서 끝내 매각이 취소돼 이로써 세 번째 매각거래도 불발로 그쳤다.
당분간 이베스트는 홀로서기를 할 생각이었지만 8월에 다시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은 기간 동안 가격협상력을 높이고 적절한 매각 대상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신속한 매각을 위해 이미 인수의향서를 보내며 사세확장을 바랬던 케이프투자증권과 본 입찰에 참여했던 웨일스 인베스트먼트 등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이베스트 증권 매각은 철회가 아닌 보류”라며 “예전보단 증시가 좋아 증권사 몸값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며 시간을 갖고 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인성 기자 ft2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