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 소비자보호 약화·기기 신뢰도 제고 등 숙제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은행권에서 신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이면서 기존 고액관리 고객 중심에서 일반 자산가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방식으로 인한 소비자 성향파악 누락 등에 따른 손실, 은행권 수익다변화로 인한 리스크요인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방법도 강구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젊은 자산관리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전문 자산운용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일반 자산가를 대상으로 확대됐다.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준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 공학 예측 결과를 보여 주는 ‘퀀트’와는 다르며, 고객의 자산 현황, 투자 성향, 목표 수익률 등을 진단하고 다양한 시장경제 지표를 학습·분석해서 최적화된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한다.
프라이빗뱅커(PB)라 불리는 자산관리 전문가가 고액자산 고객에게 주로 제공하는 전담 서비스의 일부를 AI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부유층 대상으로 열려있던 자산관리 서비스가 이제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층 중심으로 자산관리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WM서비스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중은행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의 시중은행권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하고 관련 서비스를 지난 25일 앞 다퉈 출시했다.
▶신한은행 ‘신한 엠폴리오’... 신한 엠폴리오는 지난해 11월 도입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로 해당 서비스와 투자 전문가 그룹간의 협업을 통해 고객들께 ‘전문가 서비스’를 제공되고 있다. 입금액을 10만원으로 낮춰 거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대중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농협은행 ‘NH로보-Pro’... NH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Pro’가 테스트베드를 통과함으로써 기술력을 입증 받았다고 지난 5월 25일 밝혔다. ‘NH로보-Pro’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금융공학 분석기법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고객별 맞춤형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참여 알고리즘 중 적극형 운용수익률 부문에서 은행권 1위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우리 로보-알파’... 우리은행은 지난 5월 24일 ‘우리 로보-알파’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정보와 투자 성향을 분석해 고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진단해 위비톡이나 SMS를 통해 리밸런싱을 자동 제안한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추천된 포트폴리오를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간편 매매’ 등 편리한 부가 기능이 마련됐으며, △전문가 추천 포트폴리오 △은퇴/재무 설계 △ 으뜸 펀드 마켓 등 고객 스스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이 제공된다.
▶KEB하나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 도입... KE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말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1월 초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 제공회사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제휴를 맺고, 개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에는 ‘Cyber PB’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론칭한 바 있다. 또한 올해 4월부터 시작된 금융위원회 주관 ‘제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이미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2일부터 실제 자산 운용이 시작돼 테스트베드 홈페이지 사이트를 통해 ‘자산배분 알파’ 알고리즘에 대한 수익률이 공개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내 증권, 보험, 캐피탈 등을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자산관리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핀테크 금융 도입초기로 인한 소비자 우려
은행권에서 이처럼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시행초기이므로 시장진입에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 이유 중 첫째는 소비자들의 아직 AI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둘째는 비대면거래시 발생되는 커뮤니케이션 오류, 알고리즘 발생 등에 대해 우려가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AI 기기에 대한 신뢰 불분명... 최근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서 발표한 ‘핀테크 금융 인지도’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 국내투자자에게는 친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4.0%는 로보어드바이저 이용 의향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8.9%에 불과했다. 나머지 47.1%는 중립 의견을 나타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로는 ‘로봇의 추천을 신뢰할 수 없어서’가 35.8%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가 13%, ‘추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어’가 8.6%, ‘로봇이 돌방상황에 잘 대처할 수 없을 것 같아서’가 7.3%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김정임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시행초기라서 좀 더 지켜봐야하지만, 비대면 방식의 투자권유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보니 그에 따른 오류 발생으로 인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용어파악, 투자자성향, 재력 등 세세한 부분은 물론, 경험으로 인한 상담 등이 잘 안되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가 가질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공정거래·해킹 등 피해 우려… 이밖에도 금융 분쟁시에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과 지능화된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경제연구소 강다연 연구원은 “알고리즘 발생에 따른 우려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면서 “해킹이나 프로그램 오류 등으로 인한 투자자 및 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기기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이는 고객이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대중화되기 어려운 부분은 있으나 각 은행권은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특화투자상품으로 이목을 끌도록 하고, 수익성의 리스크요인을 점검하는 등 꾸준히 변화를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ft10@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