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기사회생 교보생명 '선처' 사례 기대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초강력 제재로 인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입장을 선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마지막 남은 한화생명의 향후 행보와 금감원의 제재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금감원 제제심의위 이후에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낙마위기에 처한 CEO 구하기"란 지적이 나오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말았다는 비판이다.
삼성생명의 미지급 보험금 규모는 1008억원이다. 삼성생명은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체금액 1608억원 가운데 25% 가량인 400억원을 지급하고 200억원을 자살예방활동 등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빅3 생보사는 금감원으로부터 일부 영업정지 및 CEO에 대한 ‘문책 경고’ 등과 같은 높은 수위의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정지 3개월, 김창수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한화생명은 일부 영업정지 2개월과, 삼성과 마찬가지로 차남규 사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부과받았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몇시간 전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한 교보생명의 경우 이 점이 참작돼 일부 영업정지 1개월과 함께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이로 인해 신창재 교보생명 CEO의 연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김창수 사장이 ‘문책 경고’를 받으면서 삼성생명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23일 오전, 삼성생명의 이사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돼 ‘주총’이라는 최종 관문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금융위에서 ‘문책경고’를 그대로 결정하게 되면 김창수 사장의 연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등의 뼈를 깎는 쇄신안을 내놓은 상태에서 금융 계열사의 수장직마저 공석일시 심각한 경영 리스크를 동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일부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3개월간 재해사망보장이 포함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빅3 소속 전속설계사가 6만명이 넘는 만큼 3개월간의 해당 상품 영업 정지는 ‘설계사 이탈’ 등과 같은 2차적인 문제 또한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영업정지 제재를 받게될 경우 향후 3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도 진출할 수 없다.
교보생명이 ‘주의적 경고’를 받은 것도 삼성생명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분석이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함께 자살보험금 미지급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으나 금감원의 강도 높은 제재가 예고됨에 따라 신창재 CEO의 연임 구도가 흔들렸다. 이로 인해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부랴부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으면서 교보생명은 이 같은 결정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삼성생명도 교보생명의 예처럼 전액 지급을 결정하면 제재 수위가 낮아질 거라는 기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전액지급을 결정하면서 한화생명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한화생명에서는 “이사회 일정이 잡혀진 게 없다”면서 기존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삼성생명이 전액 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에 8일 예정된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금감원의 속내도 복잡해지게 됐다. 제재심 수위가 낮아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제재심 결정이 높아진 전례는 있다. 2014년 KB금융 사태 때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문책 경고’로 더 높인 사례가 그 사례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에서 정확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 아니고 구두로 이야기가 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 향후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운명은 오는 8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안에 대해 의결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손규미 기자 skm@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