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신문 김자혜 기자)모두의 예측을 벗어난 워싱턴 정치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최종 승자가 됐다. 미국 45대 대통령에 공화당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그동안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를 점쳤던 예상이 완전히 뒤집히는 결과를 맞이했다.
9일 미국 대선개표가 진행되며 트럼프의 우세가 확인되면서부터 글로벌 증시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국내증시에도 예외 없는 하락세가 반영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는 2140억원을 기록했으며 개인은 각각 1267억원, 기관은 3094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은 1316억원을 매도했고 기관은 123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기관은 코스피, 코스닥 모두 저가 매수 양상을 보였다.
코스피는 전일대비 45.00포인트(2.25%) 떨어진 1958.38을 기록했다. 당선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으며 장중 KOSPI는 1931p(-3.61%), KOSDAQ은 581(-6.82%)까지 급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1150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유가증권시장 또한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 연설에서 통합을 역설했던 것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증시는 하루 만에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보다 코스피 지수는 2.26% 상승한 2002.60, 코스닥 지수는 3.94% 상승한 623.23으로 마감했다. 또 트럼프가 부동산 전문가이자 경제를 잘 이해하는 사업가 출신인 만큼 성장 친화적인 정책을 사용할 것이란 기대가 증시 반등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회복한 증시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당선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물론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특히 트럼프의 경제공약 가운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브렉시트와 유사…중장기 정책을 지켜봐야
트럼프 당선의 시장변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기대해볼 수 있지만 중장기 적인 정책에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한다.
IMF는 “금융, 교역, 안보 등 다방면에 걸친 불확실성의 증대로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자국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실행될 경우 세계교역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축을 우려하기도 했다.
윤여상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브렉시트가 여론조사 결과와 반대로 결정되었듯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유사하다”며 “금융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민”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우세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금리가 오를 공산이 커, 연내 금리 반락 시 매도기회를 삼을 것을 권고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한해 동안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큰 폭으로 반등하고 미국채 공급물량 부담이 가세하며 미국금리가 단기간 2% 중반을 너머 3% 까지 오를 여지가 있다고 봤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폐해가 커지며 미국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윤 연구원은 트럼프가 정작 대통령 당선이후 의회와 조율로 정책수단을 순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며 통화정책 긴축기도, 금리상승 압력은 유효할 것으로 봤다. 무디스가 추정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레벨이 과도하게 높으나 금융시장의 합리성을 고려할 때 미국채 10년 금리는 2%중반까지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 단기 안전자산 선호 이후 연말부터 내년 초에는 채권의 차익실현, 매도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국 기준금리는 내년 말 기준 1.50~1.75%, 단기금리 2년물 2.00%, 10년물 3.00%, 30년물 4.00%까지 주의해야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주요 정책방향은 “감세, 규제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며 “지난 8년간 오바마 정부의 혁신중심 경제정책, 자유무역정책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국내 업종 선택에는 ‘인플레, 금리상승, 망중립성 후퇴’ 등을 들었다. 우선 선택업종은 소재(화학, 비철금속)과 산업재 (기계,건설), 금융(은행)과 같은 업종이다. 정책 패러다임 변화로 민주당 집권기의 주도주 IT,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주도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내년을 겨냥해 조정할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나중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영향을 단기적 영향을 크게 3가지로 압축했다. ▷보호무역강화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직·간접적인 피해우려 ▷방위비 분담금 상향 우려로 인한 국내 재정부담 강화 ▷미국의 통화정책 등 기존경제-금융정책의 변경 가능성 등이다.
트럼프 중기영향은 “캠페인 구호와 정강정책 간의 간극으로 정책전망에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 봤으며 추후 트럼프의 인수작업, 정치적 행보에 따라 중기의 안정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나 연구원은 안전성 자산인 금, 은 등의 귀금속 주와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미국 자동차업계 지원주, 방산관련주가 트럼프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전통적인 공화당 수혜주는 에너지, 소재, 필수소비재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리스크,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등을 외쳐온 만큼 글로벌 무역량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등을 밝히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출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이 반덤핑, 상계관세 제소 증가 등 통상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와 신고립주의의 확산은 달러화 약세와 함께 원화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으로 강세 폭이 확대 될 수 있다. 수출주 비중이 높은 국내증시의 부정적 영향을 불가피 하며 대북 강격입장이 곧 대북리스크를 상승시켜 해외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을 자극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트럼프는 한미 FTA와 주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무역장벽으로 인해서 전세계 교역량 감소와 보복관세 대상 등이 현실화 될 경우 그로인한 국내 경제영향은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 FTA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동안 한미 FTA는 NAFTA와 함께 재협상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 허 원장은 “최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어 FTA 개정 협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 측에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맞춘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경우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수출 손실액이 최대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조치들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경우를 대비해 상품별로 철저한 점검을 시행하고, 각종 비관세장벽에 대한 엄격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국제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는 과감히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TPP 폐지 여부에 대해 허윤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TPP는 불공정하고 미국을 유린하는 협정으로 중국에게 이득을 주는 협정이라고 비난해왔기 때문에 TPP탈퇴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TPP가 폐기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을 포함해 선진국과의 새로운 경제통합체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 발(發) 보호주의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석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TPP 탈퇴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공화당 의견이 수렴된 수정 재협상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미 FTA, NAFTA 등 이미 발효 중인 FTA에 대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검토할 경우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미국경기의 호황가능성은 높으나 무역장벽으로 인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영향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무역정책이 보호주의적 기조를 보였던 1970년대에서 80년 사이에는 글로벌 무역량 성장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상품 교역량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 될 경우 특히 한국, 대만과 같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금융정책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관련 현재는 금리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재정정책 확대에 따른 금리상승의 압력이 확대 될 수 있으나 중립적으로 볼 때 국내 역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강화되므로 단기 경기부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유발할 수도 있는 반면에 원화와 위안화 등 이머징 통화의 강세를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환율 흐름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따라서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이 바람직해 보이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금리 인하 기대는 오히려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과 대외정책에는 한국의 방위비 부담 증가와 대북 강경책에 따른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으며 국내 신인도 하락하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미군의 국내 주둔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트럼트 대통령의 공약이 극단적으로 현실화 될 경우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며 “정부가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에 의한 국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자혜 기자 kimja@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