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가계부채 한국경제 ‘시한폭탄’ 경고음
눈덩이 가계부채 한국경제 ‘시한폭탄’ 경고음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6.10.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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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심사가이드 전국 확대 불구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美 금리 본격 인상시 부동산 중심 가계부채 부실 우려
은행권 거부 서민 2금융 이동 ‘풍선효과’ 위험 부채질

■ 가계부채 1300조 시대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편승한 주택담보대출의 급격한 증가는 부동산이 버블로 드러나 붕괴할 경우 큰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 마저 있다.

(금융경제신문 김자혜 기자)가계 빚이 폭증하면서 통제 가능 수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그동안 이구동성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외쳤던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정책금리를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금융 대출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도 마음이 바빠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와 같은 변화는 가계부채 급증세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발표에도 가계대출 되레 늘어

금융권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지난 5월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게다가 이사철 비수기인 8월에도 6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4%로 OECD 23개국 평균치인 130.5%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원 내부에서도 가계부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할 경우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진 가계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A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 등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가격 불안 확산 가능성에 유의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급증세를 보인 집단대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활황세와 관련된 집단대출 증가가 앞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위원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과 연관성이 높은 주택가격이 국지적이지만 큰 폭으로 상승한 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시장 상황, 브렉시트 파급영향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 금통위원은 “개인사업자대출은 부동산경기 등에 대한 순응성이 높고 자영업자 부채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도 성격이 유사하다”며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호대출에 고령의 은퇴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따라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적용이 배제되고 있어, 중·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60대 및 70대 이상의 만기일시상환대출비중은 각각 42.0%, 48.7%이고 비은행금융기관대출비중은 각각 30.7%, 30.4%를 차지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일수록 만기일시상환 대출비중이 높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비중도 높은 상황으로 이들 고령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을 높이고 주택연금 등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에서 50대가 39.2%의 비중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여기에 60대 비중이 24.5%로, 50대 이상 고령층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자영업자 2금융 북적

은행권의 높은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와 서민층이 제2금융권 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은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부채상환능력도 떨어져 금리인상이 본격화 될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위험성을 인지한 정부가 뒤늦게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죄고 나섰지만 제2금융권 부채 규모가 이미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상황에서 ‘뒷북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생명보험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3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의 여신심사 기조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제2금융권이 자영업자(개인사업자)와 기업에 빌려준 돈도 대폭 늘었다. 제2금융권 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저금리 장기화로 비은행 기관들이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벌인 데다 경기 불황으로 생계형 대출을 받는 서민층과 자영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갚을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저소득·저신용자들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한 ‘풍선효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이 2금융권에서 사업이나 생계를 위한 대출규모도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속한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임대업 등 서비스업의 산업대출 잔액은 118조8140억원으로 전체 산업대출의 70%에 달한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서비스업 대출이 7조9956억원 늘어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79%를 차지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높아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의 이자부담이 늘면서 이들의 부실화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대출은 가계부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자의 경우 부실화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23%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11.20%), 신용협동조합(4.57%), 상호금융(3.81%), 새마을금고(3.89%) 등 제2금융권의 일반 대출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높다. 특히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2금융권과 자영업자 대출이 늘고 고령층 부채가 늘어나는 등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다.

GDP 대비 가계소득 급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이 20년간 급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락폭이 두번째로 크다. 지난 3월 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5월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906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4분위(538만3000원)와 3분위(403만7000원)의 월평균 소득도 각각 0.9%. 1.1% 늘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 이내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41만원으로 2.9% 감소했다. 2분위 가구 소득도 287만원으로 0.9% 줄었다.

서민들의 가계소득이 줄었지만 그동안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금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 1~2회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 부실 위험성이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 1조9000억원 늘어난다. 1%포인트 오르면 이자부담이 7조7000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 금리 인상 등이 본격화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총량 규제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8월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는 제2금융권의 대출 급증세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뒤늦게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가계부채가 저금리와 주택시장 정상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8월 25일 내놓은 정부대책의 후속조치를 최대한 조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의 토지·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계획보다 한달 앞당겨 10월부터 강화하고,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때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4분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당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제2금융권의 가계빚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1년 가까이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규제방안은 사실상 없었다”며 “최근 제2금융권 대출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자 뒤늦게 땜질식 처방책만 내놓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늘어난 가계대출이 주로 주택시장에 흘러들면서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위협하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음은 높아진다. 이외 에도 가계빚 증가가 주택시장과 맞물려 있는 점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역대정부 부동산정책 자충수

역대 정부는 가계대출을 늘려 그 돈이 주택시장에 흘러들게 함으로써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그 효과를 전체 경기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펴왔다. 대표적인 것이 최경환 전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초이노믹스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2014년 7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각각 60%와 70%로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했다. 정부가 앞장서 돈을 더 빌려줄테니 집을 사라고 부추겼지만 부동산 시장만 과열됐을 뿐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 대신 가계빚 급증이라는 시한폭탄만 떠안겼다.

특히 지난해 52만호의 아파트 분양물량과 올해 44만호 아파트 분양예정물량이 집단대출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올해 1~5월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는 10조원이며 이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으로 주택분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집단대출이 급증했다”며 “분양 이후 2~3년간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향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 및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TV·DTI 규제 환원해야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LTV·DTI 규제 환원을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제시했다. 2014년 8월말 LTV·DTI 완화 이후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2년말 964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최근 1223조원까지 늘었다.

외국에서도 국내 가계부채를 우려하며 LTV·DTI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이 가계부채 위험성을 지적하며 DTI를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국내 DTI 대출을 30~50%로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LTV 규제 강화는 부동산 시장 위축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주택시장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LTV 한도를 조정하는 것보다는 분할상환의 속도와 폭을 조정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또 “분할상환은 대출자 입장에서 대출규모를 늘리기가 부담되기 때문에 투기적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가계부채를 잡자니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니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심각해지는 등 진퇴양난이다”고 정책수립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제2금융권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등 부채상환 능력을 높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소득층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근로 안정성이 떨어져 가처분소득이 불안정해 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근로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실질임금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더 큰 경제 변동성이 닥치기 전에 우리의 가장 큰 내부 경제 위험 요인인 가계부채 부문을 서둘러 제거해 경제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혜 기자  kimja@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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