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경제신문 김자혜 기자)이른바 ‘만능통장’이라고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이 기초적인 수익률 계산 기준조차 모른 채 고객 돈만 끌어 모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19개 금융사(은행 4곳, 증권사 15곳)의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 150개를 일제 점검한 결과, 25개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았고 22개는 낮게 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시수익률은 금융회사간 자산운용능력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로, 비교가능성 확보를 위한 자산평가, 기준가 산정방식 등에 대한 규칙을 정한 후 이에 따라 수익률을 산정한다.
금감원은 수익률을 고의로 부풀렸다기보다는 금융사가 수익률 산정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보다 수익률을 높게 공시한 금융사도 있지만, 반대로 낮게 잡은 회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금융사들은 주로 펀드 등 금융상품을 MP에 편입하거나 제외할 때의 기준 시점을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제시한 기준과 달리 잡는 바람에 수익률에 오류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공시를 한 금융회사는 기업은행 등 1개 은행과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개 증권사다. 금융회사 별로 따지면 36.8%(19개 중 7개)가, MP별로 따지면 31.33%(150개 중 47개)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47개 MP 가운데 25개는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로 공시됐고, 22개는 공시기준보다 낮았다. 공시된 MP 가운데, 공시된 수익률과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의 격차가 0.1%포인트 이하인 경우는 12건, 격차가 1.0%포인트를 초과하는 경우는 4건이다. 낮게 공시된 MP 중 대부분(16건, 73%)은 공시된 수익률과 공시기준에 따른 수익률의 격차가 0.1~0.5%포인트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감원과 금투협 관계자는 “수익률계산의 오류는 일임계약 특성상 상세한 계산을 원칙으로하고 이를 준수하며 MP수익률을 산출해야하나 수익률 산출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점으로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또 “의도적 수익률 과다 계산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민병현 부원장보는 이들 업체에 대해 “이번 공시오류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ISA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인식할 것”을 주문하며, “향후 재발방지의 조치 이행상황을 다시 점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오류가 발생한 MP에 대해 29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일괄 정정 공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밖에 금융사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공시수익률 산출하거나 검증할 것을 권고했고 실무자에 대한 추가교육을 위한 쉬운 매뉴얼을 작성·배포할 것으로 향후계획을 밝혔다.
김자혜 기자 kimja@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