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씨가 회장으로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한다. 미래의 먹거리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 소프트뱅크가 ‘몰빵’을 하는 분위기다. AR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 지분을 중국 텐센트에 10조원에 매각했고, 알리바바와 겅호온라인 지분도 매각해 22조원의 실탄을 장전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사물인터넷이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잡기 위해 투자한다”며 “ARM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전략에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향후 30년 중점 사업으로 IoT와 인공지능, 스마트로봇을 꼽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즉각 연동 반응을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물인터넷 분야 선도기업을 인수하자 국내 관련업체 주가 역시 들썩이고 있다. 19일 오전 10시10분 현재 링네트 주가는 전일대비 24.14% 오른 5400원을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컴퓨터 네트워크 통신 솔루션을 제공하며 올해 가상화 클라우드 사업부문과 보안사업부문, IoT 분야의 강자다.
음성으로 홈네트워크 주요 기능을 제어하는 월패드 등을 개발하는 코콤과 유ㆍ무선 통신서비스ㆍ방송 사업자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엔텔스 주가도 같은 시간 각각 9.78%, 8.01% 오른 1만2350원, 1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효성ITX, 에스넷, 에이디테크놀로지, 우리로, 코맥스 등도 상승세다.
◇차세대 성장엔진 사물인터넷
IOT이 완성되면 모든 산업이 저절로 혁신된다. 사물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컴퓨터와 연동시키는 시스템이다. 특히 인간 없이 사물끼리 소통을 할 수 있다. 사물에 센서를 탑재해 인터넷 기반 위에 구축하는 시스템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쉽게 비교하면 인공지능 자동차, 블루투스, 근거리무선통신(NFC), 공장 자동화도 사물인터넷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센서, 데이터 처리 능력, 클라우드 서비스가 결합해 전방위적 소통이 가능해졌다. 센서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사물에 적용돼 산업 간 융,복합과 함께 새로운 산업을 탄생 시킨다.
사물인터넷이 가장 빨리 적용될 분야는 자동차, 모바일, 로봇, 보안, 의료, 환경 등이다. 사물 인터넷의 가장 중심 기술인 센서의 시장은 세계적으로 2012년 1417억달러 이후 연평균 9.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센서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솔루션 업체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스코의 경우 인터넷 연결 기기가 2003년 5억개, 2010년 125억개, 2015년 250억개, 2020년 500억개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물 인터넷도 표준 경쟁이 치열하다.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은 2014년 온도 조절기와 화재경보기를 만든 네스트 랩스(nest labs)와 여러 업체의 장비를 연결하는 기술을 가진 리볼브(Revolv)를 인수하며 스마트홈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아마존도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타트업 2lemetry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이 가장 저조한 식료품 분야의 배송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을 계획을 세웠다.
국내는 스마트홈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삼성은 미국 사물인터넷 기업 스마트씽즈(Smart Things)를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며 생태계를 구축에 몰두하고 이스라엘의 바이오 사물인터넷 업체에도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LG는 2014년 4월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모바일 메신저로 가전제품과 소통하는 홈챗, LG U+에서는 @Home이라는 홈 IoT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가스를 잠그거나 실내 온도 조절, 현관 도어락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중소기업에도 사물인터넷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숙박 O2O 서비스 ‘야놀자’도 그 중 하나다. 야놀자는 중소형 숙박업계를 사물 인터넷 기반으로 묶어 서비스하는 모델이다. 고객이 입장하기 전 에어컨을 켜두거나 룸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프런트를 거치지 않고 자동 체크아웃을 할 수 있다.
김자혜 기자 kimja@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