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ㆍ채권ㆍ엔화 가치 폭등세, 글로벌 ‘경제빙하기’ 우려

◇브리메인에 베팅…위험자산시장 패닉
영국의 국민투표가 끝나기 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영국은 유럽연합에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 원유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위험자산에 투자한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주식시장이 먼저 휘청거렸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61.47포인트 하락한 1925.24로 곤두박질 쳤다. 코스닥시장도 32.36포인트 하락한 647.1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장중거래가 일시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월 12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일본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엔화 가치가 급등으로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장중 8%가 넘는 낙폭을 보였다. 니케이지수는 24일 전날대비 1286.33포인트하락한 1만4952.02에 거래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2.9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대의 낙폭을 보였다.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정규장 시황을 예고하는 미국과 유럽의 지수선물도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오전 3시 45분(런던시간, 24일) 다우존수지수 선물은 55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S&P500지수 선물 역시 4.5% 급락중이며 영국 FTSE지수 선물은 6%넘게 떨어졌다.
◇안전자산 선호성향 심화될 것
한편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초강세를 이어가던 금의 가격상승이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금의 경우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난해 말과 비교해 20%가 넘는 가격상승률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제기준 온스당 105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 금시세가 이달 중 125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16일에는 1296달러를 기록하는 등 1300달러 선을 위협한 바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 중반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24일 한국금거래소쓰리엠에 따르면 영국의 유럽연합탈퇴가 유력하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금시세가 장중 1350달러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역시 금과 비슷한 모습이다. 브렉시트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가능성 시켰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3일 국채 5년물은 전일대비 1.8베이시스포인트(BP)내린 1.408%를, 10년물은 1.1BP 내린 1.627%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역시 26.4bp 내린 1.482%까지 내려갔다. 채권금리가 내려간 것은 채권의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이에 김문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는데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거나 1회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 채권가격의 상승재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도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글로벌 성장률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이에 다른 영국의 완화적 통화 기조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는 이어 “유럽 채권금리가 하락하게 되고 이는 미국채권의 메리트를 더욱 부각시켜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를 예상할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의 경우 금과 채권보다 더욱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엔화도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4일에만 56.81원(5.24%)이 상승한 1140.01원을 기록했다. 특히 엔화의 경우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하게 되더라고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어, 탈퇴를 결정한 상황에선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형준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만간 엔·달러간 환율이 100엔대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글로벌 경제성장 정체 등의 요인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박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강세, 약세 요인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글로벌 경기 불안 및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를 자극하면서 달러화와 엔화가 동반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들어 엔화는 더욱 강한 통화가 되고 있다”며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볼 때 엔화는 약세로 전환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용 기자 kty@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