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깡통통장, ‘성과주의’ 폐해
ISA 깡통통장, ‘성과주의’ 폐해
  • 박성경 기자
  • 승인 2016.05.2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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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개설 ISA 70% 1만원 미만 ‘깡통’ 드러나
‘성과’ 압박에 머릿수 채우기식 ‘억지 계약’ 속출

(금융경제신문 박성경 기자)금융당국이 추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부분 1만원 이하의 깡통통장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ISA 거품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압적인 성과주의 결과라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더욱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해 ISA의 성과를 축소ㆍ비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권에서 개설된 계좌 136만2800여개 중 74.3%에 해당하는 101만3600개가 가입액 1만원 이하의 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ISA출시 전부터 “ISA를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인 것처럼 포장하는 형태는 소비자르 기만하는 일이며 과열된 유치전은 훗날 필연적으로 불완전판매의 부메랑 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22일 또 한 번 성명서를 제출하며 “결국 현실이 됐다”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ISA를 추진한 금융위원장과 실적에 눈이 멀어 과당경쟁을 벌였던 은행장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지부 위원장은 “ISA는 성과주의의 대표적인 폐해”라며 “자금의 흐름은 예측불가성을 가지고 있는데, 사측은 매일 성과 ‘할당량’을 직원에게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부의 다른 관계자도 “성과연봉제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직원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핵심은 ‘쉬운 해고’다. 계속되는 성과 압박은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며 직원들이 성과를 포기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것을 사측이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해고시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소비자원 역시 3월부터 ISA 불가입운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3월 9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의문을 전달했으며, 3월 10일에는 KEB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가두 캠페인을 실시했다. 다음날은 한국투자증권 앞에서, 3월 14일에는 전국은행연합회, 유안타증권, KDB대우증권 앞에서 가두캠페인을 실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ISA 시행은 비정상적인 1000원, 1만원 통장을 만능통장으로 둔갑시킨 것”이라며 “금융위원회는 ISA 통장의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전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ISA의 의무가입기간은 3~5년으로 고객이 먼저 1만원짜리 소액 계좌를 개설한 뒤 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며 “아직까지 실제 투자 목적보다는 일단 개설하는 데 의의를 둔 고객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소액계좌라 하더라도 추후 가입자의 상황에 따라 납입 금액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 금융사별로 수익률 비교가 가능해지면 본격적인 투자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들은 2월부터 우후죽순 ISA 관련 상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ISA 우대 정기예금에 이어 금융권 최초 ISA 적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각종 이벤트를 내 놓았으며 글로벌 투자리서치 전문 기업인 ‘모닝스타’와의 업무협약을 맺는 등 상품을 강화했다. 농협은행은 지역농축협 예금편입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고, IBK기업은행도 일임형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KB국민은행도 각종 이벤트로 홍보를 극대화 했다.

ISA는 적금ㆍ예금·펀드 등 여러 금융 상품을 한 계좌로 통합해 운영하며, 수익금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이에 이용자는 초과분에는 9%의 분리 과세만 납부하게 되는데, 이는 일반과세인 약 15.4%에 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나 금소원은 “ISA는 통장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과세 상품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세금감면으로 주는 세제혜택 통장이지만, 대부분을 금융사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엇보다 5년을 유지하지 않으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입된 상품별 수수료는 해지할 때까지 (이용자가) 금융사에 지불해야 한다”며 “수수료를 연간으로 받아가는 구조인데도, 마치 수수료를 5년 동안 0.1~1% 받는 것처럼 오해하게끔 설명된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소원이 3월 내놓은 추정치에 따르면 1000만원을 5년간 ISA통장에 넣고 가입자가 연평균 5%의 수익(5년간 25%)을, 금융사가 연 0.75%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가입자는 5년간 1만원(매년 2000원)의 이익을 얻고, 반면 금융사는 5년간 1조8750억원, 연간 3750억원의 수익을 거둬간다. 같은 원리로 가입자를 500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도, 총 1조925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세금 감면액 중 금융사가 5년 총수익으로 가져가는 금액은 1조8750억원인 것에 비해 금융소비자가 가져가는 수익은 고작 500억원에 불과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은행연합회도 20일 ‘ISA불완전판매 예방 및 활용 방안 교육’을 실시했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 스스로도 직원 교육 등 ISA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며 “ISA를 통한 자산운용 방안의 대고객 설명회도 실시 중에 있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속이 빈 껍데기 정책을 운용하면서 ‘금융개혁’ ‘소비자 편익 개선’ 등의 미사여구만 붙이고 있는 꼴”이라며 “금융당국의 ‘성과포장’이라는 점에서 성과연봉제 도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성경 기자  psk@f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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