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김태용 기자

지난달 29일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형 통화완화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선진국들의 정책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강 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돈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자금이 막혀 있는 곳에 발권력을 발휘해 통화를 직접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답을 찾았다. 미국,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들도 금리인하가 한계에 도달하자 양적완화정책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도 이 국가들의 정책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통화완화정책’을 쉽게 풀이하면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직접 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럴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까지 고민해 봤을지 의문이 든다. 강 위원장이 언급한 나라들과 한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국의 실정에 따른 변수를 고려해 봐야한다.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 유럽의 유로는 세계시장에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중앙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통화가 자국 내에서만 유통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까지 흘러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초과 공급된 통화량을 다른 국가들이 일부분 흡수해 줄 수 있다.
또 미국과 일본,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에도 못 미치는, 혹은 제로수준의 금리를 채택하고 있었다.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전까진 통화 공급 말고는 다른 정책을 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현재 1.5%로, 아직은 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남아있다. 원화 또한 세계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 기축통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리인하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통화량을 풀게 된다면 유동성만 증가해 물가상승의 우려와 함께 원화가치하락, 이에 따른 투자자금의 유출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아직은 금리조정을 통한 정책을 계속해 갈 것으로 보인다. 강 위원장의 한국판 통화완화정책이 언급된 후 열린 한은총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총재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행도 완화기조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의 경제상황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들 선진국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운영해왔다”고 언급했다.
김태용 기자 kty@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