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김태용 기자)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증권의 인수전에 악재가 등장하고 있다. 노조는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강하게 반응하고 있고, 인수의향자들은 실사를 위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인수전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7일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 현대증권 지부는 ‘현대증권 재매각 관련 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증권 노조는 “노동자 권익을 대표하는 노조의 입장을 보장하지 않으면 모든 법적 투쟁을 비롯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4대 불가원칙과 관련해 ▷먹튀 자본의 현대증권 인수 불가 ▷LBO 자본의 현대증권 인수 불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는 자본의 현대증권 인수 불가 ▷정액수수료 등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유발시켜 증권업 발전을 저해한 자본의 현대증권 인수 불가 등을 내세웠다.
특히 증권업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의 원인이 정액수수료 시행 때문이라고 지목한 노조는 “고객 성향에 알맞은 상품개발보다 제 살 깎기식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초래하고 비정상적인 경쟁으로 증권업 발전을 저해한 자본의 인수는 불가하다”며 “증권업과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에 증권업 발전에 저해한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한국투자증권을 가리킨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은 와이즈클럽 서비스를 통해 건당 7000원이라는 조건으로 정액수수료를 책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성명서에 “증권업은 과도한 증권사의 난립과 그에 따른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인해 미래 조차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는 정액수수료 시행이 시발점이 됐으며 이는 건전한 증권업의 발전에 암적인 요소”라 첨언했다.
이어 노조는 “자본과 그룹 경영진의 잘못으로 진행되는 매각임에도 그룹 총수와 경영진의 사과가 없고, 매각과 관련해 구성원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조차 무시되고 있다”며 “현대그룹과 채권단, 매각주간사를 대상으로 현대증권 조합원의 생존권ㆍ영업권, 독립경영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모기업의 과도한 부채로 인해 매각이 되는 현실도 부정하고 싶은 마당에, 다시 부채를 이용해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며 “LBO 방식 등 차입 인수도 기존 소액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격 사유가 발생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현대증권의 매각 본 입찰을 앞두고 실사를 진행 중인 인수 후보자도 현대증권이 실사에 대해 비협조적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본입찰 불참 가능성까지 했다. 인수의향자들의 불만사항은 현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 2790억원 중 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PF사업부에 관한 사항이다. 현대증권의 영업이익 중 21.5%의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인데 이 부분의 수익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매각 하한선 결정도 또 다른 악재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의 우선매수청구권 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6500억원 이상의 가격을 결정할 방침이라, 사실상 인수 하한가가 6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현대증권의 주가는 6500원대에 불과하다며, 현대그룹이 매각지분에 비해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다고 직언했다.
김태용 기자 kty@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