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박성경 기자)ISA 영업이 한 달 내에 본격 시행된다. 고작 연간 2000만원 한도의 소액 상품 때문에 은행-증권업 업무 장벽이 무너졌다.
정부, 은행 편들기 논란
ISA시행을 앞두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활성화를 목적으로 은행에 투자 일임업을 허가해줬다. 동시에 증권사에는 ‘비대면계좌개설권’을 내줬다. 이를 통해 은행의 신탁형 ISA와 증권사의 일임형 ISA의 제공 서비스가 달라 소비자들이 겪던 선택 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ISA에 세제혜택이 적용되는 만큼, 은행과 증권이 대등하게 경쟁해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해야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은행 업계에 더 우호적이었다는 게 증권업계 입장이다. ISA가 오롯이 은행의 시장 확장을 위한 제도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을 통한 계좌 개설은 보안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활성화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비대면 거래가 대면거래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편리성 외에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은행대비 증권사의 운용능력 검증에는 장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 우수인력 vs 압도적 접점
결과적으로 증권사는 경쟁자가 늘었고, 은행은 시장을 넓히게 됐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17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행 투자일임업 허가는 금융 산업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노조는 “은행에 일임투자업을 허용하면 금융투자자보호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된다”며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는 예금만 주로 판매해 온 은행원에게 단기간 복잡한 금융투자 상품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가 정착됐고 이는 미국이 경제공황 이후 ‘글래스-스티걸법’을 적용한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같은 해 KIKO 사태에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여실히 드러났으니, 은행이 보유한 전문성으로는 투자대상과 기간을 지정하는 신탁방식 판매가 더욱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업계는 ‘단지 대세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ISA 자체만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회사가 갖는 장점이 있고 은행이 갖는 장점이 분명 있기 때문에 결국은 소비자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러나 은행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게 업계중론이다. 투자회사와 비교해 은행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거래 고객과 점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이미 형성된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면 되는 격이 된다. 전문성 논란도 극복 가능하다. 은행이 가진 ‘안전’과 ‘보수’라는 이미지를 잘만 활용하면, 소비자들에게 투자 회사보다 훨씬 안전한 자산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대개 은행 고객들이 충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은행 고객은 은행에, 증권사 고객은 증권사에 ISA를 개설할 것”이라는 은행업계 주장에 담긴 자신감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금융위가 갑작스럽게 이 같은 결정을 내놨음에도, 은행들은 빠른 속도로 영업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가장 먼저 조직 구성을 갖춘 건 KB국민은행이다.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를 별도 부서로 조직해 시행준비에 나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조직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KB국민은행이 앞서 조직형태를 갖췄으니, 타행들도 거기에 따라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IBK기업은행과 농협은행도 ISA 본격 시행을 앞두고 사전 예약 이벤트를 열고 있다.
박성경 기자 psk@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