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대형 매물…인수 ‘메리트’ 충분 총력전 예고
(금융경제신문 박성경 기자)증권업계에서 마지막 대형 매물로 평가 받고 있는 현대증권이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증권업계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몸집 키우기에 나선 증권사들이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돼 인수전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현대증권의 매각을 재추진한다고 발표 했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보통주식 22.43%와 기타 주주의 0.13%를 포함한 22.56%이다. 이 주식들의 장부가치는 지난주 주가 수준을 기준으로, 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2일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먼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작년 미래에셋증권 인수에 실패한 두 업체의 패자부활전이 열린 셈이다. 인수의향서 제출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로,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을 비롯해 대형화를 꿈꾸는 중소형 증권사들과 해외 사모 펀드들도 참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2000억원, 지난해 영업이익만 279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가 현대증권을 마지막 대형 매물로 평가하는 이유다. 증권사의 주가하락으로 인해 인수가격이 낮아진 점도 역시 메리트로 부각 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과거 대형 증권사의 인수사례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감안해, 현대증권의 인수가격이 PBR 0.6~0.8 구간인 4300억~5800억원에서 형성될 것을 점치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사례에서도 PBR 0.79 수준에서 인수가격이 형성된 만큼, 현대증권의 인수는 가격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대형 증권사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대출을 조달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 청구권을 보유하기로 했다며, 대출금액인 4220억원 미만으로 인수가격이 형성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도 현대증권의 매각을 한 차례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입찰대상자는 오릭스PE로 SPA(주식매매계약)의 규모는 6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유력한 현대증권 인수 후보인 KB금융그룹과 한국투자증권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자산규모는 크지만,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익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KB투자증권이나 KB손해ㆍ생명보험은 시장점유율이 지주사의 영향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그룹은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분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000억원대다.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3조8000억원의 대형증권사를 품에 안게 된다. KB금융지주는 모건스탠리와 딜로이트 등으로 구성된 인수 자문단을 조만간 확정해 현대증권 실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현대증권의 인수를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 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대우증권을 품은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업계 2위의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 하게 된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과 현대증권의 소매고객 네트워크를 결합시키면 한층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 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도 PwC삼일회계법인을 회계 자문사로,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 자문사로 선정하면서 현대증권 인수 참여를 위한 자문단을 확정했다.
박성경 기자 psk@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