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최진영 기자

지난달 20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6년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끝났다.
지지부진한 싸움을 마친 양도수씨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농협정보시스템에서 IT개발자로 근무했다. 그는 주당 약 100시간에 달하는 업무에 시달렸다. 2년간 개인 삶을 포기하고 얻은 것은 ‘결핵성 폐농양’. 그러나 회사는 그를 외면했다. 수술을 한뒤 휴직기간 동안 그를 해고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고 이겼다. 사연을 게시했던 인터넷 커뮤니티도,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던 언론들도 일제히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승리는 없어야 한다. 분명 양씨의 케이스는 개인적 승리가 아니다.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2중고에 시달리는 IT개발자들에게 앞으로 유리한 판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들려오지 않았으면 하는 소식이다. 결과가 원인은 제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IT개발자들은 여전히 밤낮 없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도 짜다. 시간, 요일 등 노동법 기준에 따른 임금 지급은 먼나라이야기다. 지난주 방송보도처럼 한국에 빌게이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인터넷상에서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것처럼 개발자는 ‘이민’만이 답이어서 한국의 빌게이츠는 이미 이민을 갔을지도 모른다. 빌게이츠가 하청에 재하청을 하는 구조뿐 아니라 단가후려치기, 솔루션 훔쳐가기를 견뎌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다.
이와 관련 ‘핀테크’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는 정부가 이 판결에 꼭 주목해야 한다. 양씨의 근무처는 ‘농협정보시스템’이였다. NH농협의 자회사다. 금융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핀테크를 표방한 상품을 출시하지만 그 이면에는 위태위태한 개발자들이 있다. 때문에 국내 핀테크 환경이 몇 년이나 뒤쳐져 있다고 채찍질 할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던질 시기다.
사실 양씨 문제를 떠나 NH농협처럼 자회사로 두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규모가 작은 금융사는 하청에 재하청을 하는 ‘다단계 하도급’도 수두룩하다. 기자가 만난 한 금융관련 보안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IT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언론에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하청기업에 전화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전화가 다시 안 오길 바란다고 한다. “또 와달라는 소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하청업체 탓을 하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나오니까요.”
최진영 기자 daedoo@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