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IT기업과 ‘제휴’ 시장공략 대세
(금융경제신문 박성경 기자)수수료도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는 간편 송금, 이를 이끈 장본인은 다름 아닌 IT기업 ‘비바리퍼블리카’다. 이번에도 기술이 이겼다.
핀테크 스타트업 비라리퍼블리카는 작년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Toss’를 통해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간편 송금은 기본이고 지문 인식기능도 제공한다. 특히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Toss의 이용자는 80만명에 이른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렇듯 우월한 기록을 발표한 것에 대해, 머지않아 ‘IT가 끌고 제휴은행들의 들러리가 될 것’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시중은행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 같은 업무제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금융업체가 더 이상 IT기술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 도약이면서 동시에 위기인 것이다.
더구나 이미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은행들이 이 같은 IT업체와의 제휴에 나선 것은 사실상 ‘기술 경쟁 실패’를 의미한다. KB국민, IBK기업, KEB하나, 우리은행 등은 이미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통해 이 같은 간편송금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의 니즈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상대방이 같은 은행 계좌가 없거나, 간편송금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비라리퍼블리카의 Toss는 대부분 극복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 중인 카카오 역시도 금융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금융 서비스 제공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과 업무 협약을 맺고 모바일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인 ‘MAP’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소셜네트워크 업체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주된 업무는 역시 카카오증권플러스 앱을 운영하는 IT업체 두나무가 담당한다.
이제는 금융업체의 홀로서기가 불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어떤 IT기업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도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됐다. 정부가 산업자본 진입에 대해 엄격한 입장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 진입 장벽이 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융업체와 IT업체 간 협력 내에 보이지 않은 힘의 역학관계, 그 승자는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비바리퍼플리카와 제휴 중인 은행은 IBK기업, 국민, 부산, 경남, 우체국, 광주, 전북, 새마을금고, 농협, 신협, SC, 대구, 산업, 제주, 하나, 외환은행 등 15곳이다.
박성경 기자 psk@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