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오영안 기자)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이동통신 업체들이 연초부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열었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SKT의 CJ헬로비전 합병을 허가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권 부회장은 지난 14일 “SKT가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이용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다. 또 합병 후 3년 안에 이동통신ㆍ유료방송ㆍ초고속인터넷 시장 모두 SKT가 독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은 더욱 편하게 땅 짚고 헤엄치겠다는 격”이라며 “1위 통신 사업자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부회장은 또 인수합병 심사를 현재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이 통과된 뒤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개정될 법에 의하면 이번 M&A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지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의 이런 주장은 지난해 11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SKT가 케이블 방송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 M&A를 발표하자 경쟁사들이 한 목소리로 쏟아낸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SKT는 CJ오쇼핑으로부터 가입자 415만가구의 CJ헬로비전을 5000억원에 인수했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입가구 335만)와 합병하면 단숨에 1위 SO가 된다. 동시에 헬로비전의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모바일(가입자 85만3000명)도 수중에 들어온다.
SKT는 당초 합병법인 출범 일정을 4월로 잡았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중요 사안으로 심사 기간을 90일로 한정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 일정을 맞추긴 어려울 전망이다.
합병 발표 이래 LG유플러스와 KT는 한목소리로 반대 여론전을 펼쳐왔다. 경쟁사들이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방송ㆍ통신시장 전반에 대한 SKT 지배력 심화다. LG유플러스 자료에 따르면, SKT는 2018년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49.6%에서 54.8%로 높일 전망이다.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도 25.1%에서 40%로 증가한다. M&A로 2위인 KT와 격차를 더 벌리면서 LG유플러스까지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T는 권 부회장 간담회 다음날인 15일 윤용철 PR 실장 주관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LG유플러스가 자의적 해석과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발목잡기식 비방을 그만두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경쟁에 나서달라”고 반박했다. SKT 측은 “CJ헬로비전 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가입자 역시 KT망을 쓰고 있어 SKT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에 합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LG유플러스가 개정 통합방송법의 입법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가 제시한 보고서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SKT는 “LG 측이 직접 발주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고, 이에 LG유플러스는 재반박 자료를 통해 “수개월간 준비해 발표한 자료를 폄하하는 저의는 기업으로서 기본적인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행태”라고 공격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은 매출 기준이기 때문에 “SKT가 알뜰폰 매출을 흡수하게 돼 50% 넘는 것이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S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출 규모로 점유율을 따지면 SKT는 늘 50% 이상이었다”며 “CJ헬로비전 인수를 한다고 하자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KT 역시 “SKT가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할 때도 유ㆍ무선 융합을 이유로 SK브로드밴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만 활용했다”며 “CJ헬로비전도 동일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다.
정부가 인허가 결정에 앞서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영안 기자 ahnyoh@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