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 관련 인사들이 모두 모인만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해당 인사들의 발언이 주목됐다.
가장 다급한 위치에 있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건전한 통신업계를 고려해 정부가 (심사를) 잘해줄 것”이라며 먼저 입을 열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가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자 축적해 놓은 자본력을 가지고 시장독점을 시도하는 것이자, 이동통신 서비스와 케이블TV 서비스를 결합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강력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날 권 부회장이 “정부를 믿는다”라고 말한 것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미래창조과학부ㆍ방송통신위원회ㆍ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 불허 또는 그에 따르는 조건을 부과하기를 요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에도 “현재 SKT의 유선상품은 품질과 이용자 만족도 측면에서 경쟁우위 요소가 없음에도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수준으로 점유율이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이동통신과 CJ헬로비전의 방송상품의 결합판매가 시작되면 대응이 불가능한 SO는 퇴출될 것이며, 전국 사업자인 LG유플러스 조차도 CJ헬로비전의 방송권역에서 경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결국 유료방송시장은 SKT와 KT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향후에는 이동통신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SK텔레콤이 결합판매를 통해 유료방송시장 마저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게 LG유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IPTV사업자는 직사채널 및 지역채널을 운용할 수 없음에도 합병이 성사되면 이종 플랫폼 겸영이 가능해지고, SKT는 규제공백 상황을 이용해 거대 자본이 방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송법 취지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령과 통합방송법안은 플래폼 다양성 확보를 위해 소유ㆍ겸영 규제를 두고 있지만, 이번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특수관계자인 SKT를 통해 SO 지분 33% 이상을 보유하게 돼 법 취지를 역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KT 역시 인수합병 관련해서 미래부ㆍ방통위ㆍ공정위에서 이 사안에 심각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며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방통위의 인허가 결정에도 KT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에서의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나름 경쟁력을 높여가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T는 줄곧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장동현 사장은 “CJ헬로비전 인수는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로서 각각 잘하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자는 취지”이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을 의식한 듯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이달 26일에서 다음달 26일로 한달 늦췄다. 이와 관련 CJ헬로비전은 11일 공시를 통해 “합병 법인의 사명 결정, 정관 변경 등의 준비 작업에 시간이 더 필요해 주총 일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주총 일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가 여부 결정이 나기도 전에 주총을 열어 합병 동의를 받는 것은 방송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합병을 반대하는 이들은 CJ헬로비전의 주총 때 형식적으로는 CJ오쇼핑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CJ오쇼핑의 CJ헬로비전 지분 54% 가운데 30%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은 SKT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돼 실질적 지배자가 승인도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이 정부의 인가 결정 전 주총을 열고 합병을 강행한다면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장관은 그동안 “SKT의 CJ헬로비전인수와 관련해 심사는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오영안 기자 ahnyoh@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