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폭락 ‘서킷브레이커’ 발동…금융위기 불안

‘남북관계 개선’ 신년사 이틀뒤 핵 실험
북한의 예기치 못한 도발에 관련부처가 들썩였다. 6일 수소탄 핵 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감지되면서 통화금융대책반과 거시경제금융회의가 당일 2시에 긴급하게 열렸다. 4일 공개된 북한 신년사에 안도했던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앞서 산업은행이 5일, 북한 신년사 분석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금년 정책방향을 예측ㆍ발표했을 때, 내부적으로 최첨단무기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둘 것을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남북 관계 개선을 희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전망한 것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신년사가 발표 이틀 뒤인 6일 오전 10시 30분경 북한 양강도 풍계리 핵시설 인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는 핵 실험으로 인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한국은행은 긴급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반응과 금융ㆍ외환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국내 금융ㆍ외환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최근 중국 증시 불안 등 여러 가지 대외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긴장은 풀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각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금융당국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북한 관련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번 주에 예정돼 있던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앞당겨 7일 오전, 긴급히 진행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 리스크요인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시장 전망을 진단했다.
금융위는 같은 날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 하에 ‘2016년 리스크 점검회의’도 별도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과거 미사일 발사 등 북한 관련 이슈 발생시 금융시장에서의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며 일단은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대외 상황에 북한의 도발까지 겹쳐 연초 한국 사회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박 대통령 “北 핵실험, 세계평화에 대한 도전” 규탄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곧장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설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한 축인 미국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불쾌함을 표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를 접한 후 “미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는 북한의 핵실험에 깊이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앞으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신당에서도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북한의 무모한 핵 실험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아울러 “우리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평화의 노력을 경주할 때 비로소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며 “튼튼한 안보와 북핵 불용을 기본으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와 노력을 새롭게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국 發 악재에 증시 패닉
북한의 도발에 이토록 정신없던 것은 중국의 패닉 장세로 금융가가 뒤숭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새해가 밝고 2016년 첫 장이 열렸지만 이날은 ‘검은 월요일’이 됐다. 첫 거래일인 4일 중국 상하이ㆍ선전증시가 장중 급락하면서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중단됐다.
이 충격은 아시아 전역에 퍼졌다. 이날 오후 1시 1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첫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대형주 중심의 상하이선전300지수(CSI 300)가 문제시 되면서 장중 5.05% 하락, 3542.59를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같은 시각 4.96% 하락한 3363.52를 기록했다. 때문에 두 시장은 15분 동안 거래가 중단됐다. 첫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풀린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두 지수 모두 계속해 하락했고 바로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면서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다.
이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서킷브레이커의 실효성에 의문을 두기 시작했다. 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장이 더 어지러워졌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자 매물 폭탄이 터졌다. 투자자들이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기 전에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주식을 던졌기 때문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시장을 진정시키지도 못했고, 투자자들의 투기적 매도세 또한 막지 못했다. 도리어 시장 불안만 키운 꼴이다.
♣서킷브레이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중국의 경우 올해 1일부터 주식시장의 과도한 변동성 억제를 위해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했다. 전 거래일 종가대비 증시가 5% 이상 급등락 하면 15분간 거래를 중단하고, 장 마감 15분 전인 오후 2시 45분 이후 5% 급등락하거나 장 중 7%이상 급변할 경우에는 거래는 완전히 중단된다.
박성경 기자 psk@fetimes.co.kr